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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가 이어지면서 면역력 사수에 비상이 걸렸다. 급격한 실내외 온도차로 신체 리듬이 깨지기 쉬운 겨울철은 몸의 방어막이 취약해지는 시기다. 체온 저하는 면역기능 약화로 이어지는데, 이 틈을 타 몸속 깊은 곳에 숨죽이고 있던 시한폭탄, ‘대상포진’이 고개를 들 수 있다.
파스 붙이며 시간 허비하는 일 흔해
대상포진은 단순히 피부에 물집이 잡히는 피부병이 아니다. 신경세포에 염증을 일으키는 ‘신경계 질환’이다. 원인은 어릴 적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다. 수두가 완치된 후에도 바이러
10원야마토게임 스는 사라지지 않고 척추 신경절과 자율신경계에 숨어 있다. 평소에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눌려 꼼짝 못하다가 노화나 과로, 스트레스, 항암 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신경을 타고 다시 활성화한다.
과거에는 주로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발병했으나, 최근에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습관 때문에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다.
골드몽게임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6년간 355만9,436명의 환자 중 60대 이상이 42.9%를 차지했으며, 0~19세도 9만5,564명(2.7%)에 달했다.
대상포진의 특징은 피부에 붉은 반점이나 물집이 나타나기 수일 전부터 극심한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먼저 찾아온다는 점이다. 주로 바늘로 콕콕 찌르
릴게임사이트추천 는 듯하거나, 살이 타는 것처럼 화끈거리고,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감각 이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 시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병변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단순한 근육통이나 겨울철에 흔한 감기몸살로 오인하기 쉽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파스를 붙이거나 마사지를 받으며 시간을 허비하다 4~5일 뒤 띠 모양의 물집이 올라온 뒤에야 병원을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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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은 신경이 분포한 곳이라면 몸 어디든 생길 수 있다. 주로 가슴, 옆구리, 얼굴에 나타난다. 장유경 고려대 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몸 한쪽에서만 지속된다면 즉시 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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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눈·귀 주변 발병하면 합병증 더 위험
대상포진의 위험성은 질환 자체보다 뒤에 남는 합병증, 즉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있다. 피부의 발진과 물집이 모두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가 손상시킨 신경 때문에 통증이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심하면 평생 지속된다. 옷깃만 스쳐도 자지러지는 이질통이나 통각 과민 반응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통증이 장기화하면 수면 부족은 물론, 극심한 불안과 우울증, 대인 기피 같은 정신 문제로까지 이어지기 쉽다.
특히 얼굴이나 눈, 귀 주변에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위험도는 더욱 높아진다. 시신경을 침범할 경우 각막염이나 시력 저하, 실명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안면 신경 마비나 뇌수막염 같은 중추신경계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구상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50세 전후에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적극 고려하고, 대상포진이 의심되는 수포, 발진, 통증이 있는 경우 즉시 진료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72시간 내 항바이러스제 맞아야
치료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다. 피부에 발진이 나타난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신경 손상도 최소화할 수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 빈도 역시 낮아진다. 장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만으로 통증 조절이 어렵거나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에는 신경차단술을 병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신경차단술은 손상된 신경 주변의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혀 통증 신호 전달을 차단하고, 만성 통증으로의 이행을 막는다.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백신이다. 국내에선 50세 이상 성인에게 접종을 권고한다. 최근 나온 ‘재조합 대상포진 사백신’은 두 번 맞았을 때 90% 이상의 높은 예방 효과를 보이며, 효과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백신 제품을 맞았다면 예방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떨어지므로 의료진과 상담해 사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게 좋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나 암 환자도 접종할 수 있다.
생활 속 면역 관리도 필수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과로·과음·흡연 자제를 병행해야 한다. 이 교수는 “대상포진 수포가 터진 부위와 직접 접촉하면 수두에 걸린 적 없는 아이·임신부·면역저하자도 수두를 옮을 수 있다”며 “수포가 완전히 마르고 딱지가 떨어질 때까지 발진 부위를 깨끗하게 가리고, 어린이, 임신부, 중증 만성질환자와 밀접 접촉을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