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이와 함께 바라보는 일출./광양시 제공
어느새 2025년 푸른뱀의 등을 타고 왔던 을사년도 얼마 남지 않았고 2026년 병오년이 붉은 말발굽과 함께 다가오고 있다. 늘 그래왔듯 올 한해를 돌아보며 성찰의 시간과 내년을 맞이하는 시간을 가져야할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의 마지막 해, 혹은 오는 2026년 첫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은 전국 조선팔도에 차고 넘치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전남 광양시에서 올해의 마지막 해를 혹은 2026년 새해를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
전남도의 최동단에 위치한 전남 광양시는
바다이야기꽁머니 이름부터 빛 광(光)자에 볕 양(陽)을 쓰는, 빛나는 볕이 드는 곳으로 떠오르는 해를 눈에 담기 최적의 지역 중 하나다.
광양만과 섬진강, 백운산을 품은 도시로, 다양한 형태의 해돋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지역이다. 대중적으로 접근 가능한 일출 명소부터 산행을 통해 만나는 장엄한 해돋이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장소들이 분포해 있다.
손오공릴게임예시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한 광양을 대표하는 명산인 백운산부터 광양읍 일출 스팟으로 꼽히는 서산, 바닷물을 삼키며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는 진월면 망덕포구와 배알도까지 해맞이를 위한 장소가 손짓한다.
그렇다고 떠오르는 해만 보고 집으로 가기에는 또 섭한 곳이 바로 광양이다.
600년 유교의 숨결을 느껴볼 수
오리지널바다이야기 있는 광양 향교부터 다양한 와인과 함께 연말연시 분위기를 물씬 낼 수 있는 와인동굴과 정병욱 가옥은 일출만 보고 광양을 뜨기 아쉽게 만든다.
이와 더불어 전남도립미술관과 포스코미술관에서 오세아니아부터 조선 서화까지 시공을 넘나드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광양-뮤캉스'도 즐긴다면 풍성한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바다이야기오리지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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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 백운산에서 바라보는 일출.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면 그림같은 산 속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광양시 제공
◇광양의 일출 명소, 백운산·서산·
바다이야기고래 망덕포구
광양 백운산은 해발 1천218m로 전남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봉황·돼지·여우 등 세 가지 신령한 기운이 깃든 산으로 900여 종이 넘는 식물이 자생하는 생태 보고이자 호남정맥을 완성하고 섬진강의 길고 긴 물길을 마무리하는 명산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상과 능선에서는 지리산 능선과 섬진강, 광양만 방향으로 떠오르는 해를 조망할 수 있어 광양 최고의 해돋이 명소로 꼽힌다. 구름이 깔린 날에는 구름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어 사진가와 산악인들 사이에서 특히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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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읍 서산에서 떠오르는 해./광양시 제공
광양읍 원도심에 위치한 서산은 백운산에 비하면 비교적 야트막한 언덕같아 보일 순 있지만 전망대에 오르면 광양읍과 순천, 여수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선보인다.
동쪽에서 해가 떠오를 때 광양만에 빛을 흩뿌리는 모습을 본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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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덕포구서 바라보는 일출. 높은 산에 올라가지 않아도 바닷물을 삼키며 솟는 해를 맞이할 수 있다./광양시 제공
광양시 배알도 해안 인근에 위치한 기암괴석들. 자연이 수년에 걸쳐 빚어놓은 천혜의 전시물이다./광양시 제공
섬진강 하구에 위치한 배알도와 망덕포구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풍경 속에서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해맞이 다리와 수변 산책로를 따라 조용히 떠오르는 해를 바라볼 수 있어, 차분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붐비지 않는 일출 명소를 찾는다면 추천할 만하다.
바닷물을 헤치며 불끈 솟는 해를 바라본다면 차분함 속에서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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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향교의 정문인 풍화루. '바람이 불어 만물이 변화하듯, 덕으로 백성을 교화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광양시 제공
◇해 뜨는 거만 보고 가면 섭할 광양 볼거리
해돋이를 봤다면 이제 광양을 좀 더 돌아다녀볼 차례다. 먼저 광양향교는 광양읍 원도심에서 수백년 유림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지방 교육과 유교 제례를 담당하던 관학 시설로, 광양 지역의 학문과 예절 교육의 중심 역할을 해온 곳이다. 오늘날에는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문화유산으로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임진왜란 등 여러 차례의 전란을 거치며 훼손과 중건을 반복했고, 현재의 건물들은 이후 복원·정비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광양 지역의 역사적 변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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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향교 산재 최산두 선생 유허비는 전라남도 기념물 제22호로 지정돼있으며 호남인들의 큰 스승이자 불의에 타협하지 않던 신재 최산두 선생의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광양시 제공
유허비 뒤편엔 최산두 선생과 인재 박세후 현감을 모신 봉양사를 만나볼 수 있다./광양시 제공
더불어 전라남도 기념물 제 22호인 신재 최산두 선생의 유허비도 만날 수 있다. 최산두 선생은 조선 중종 때 조광조와 함께 개혁 정치를 꿈꾸다 기묘사화로 화순 동복에 유배되었던 인물로 15년이라는 긴 유배 생활 중에도 굴하지 않고 후학을 양성하며 호남 유학의 씨앗을 뿌린 장본인으로 알려져있다.
유허비 뒤편엔 최산두 선생과 인재 박세후 현감을 모신 봉양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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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와인동굴 입구. 낭만을 향해 가는 입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광양시 제공
해맞이 전날 와인동굴을 방문해 지인과 와인 한잔하며 올해 있던 일을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광양시 제공
광양시 와인동굴 내부. 지금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광양시 제공
유학의 숲이 조금 복잡하다면 감성있는 와인동굴도 광양 여행의 또다른 유력 후보다.
광양와인동굴은 1913년부터 70여 년간 화물 운송용으로 활용된 석정터널을 재생한 공간으로, 총길이 301m, 폭 4.5m, 높이 6m의 터널 구조와 외형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동굴 내부는 톰테(Tomte) 인형으로 꾸며져 낭만적인 연말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톰테 인형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장식으로, 뾰족한 니트 모자와 풍성한 흰 수염이 특징이며 공간에 아늑하고 따뜻한 감성을 더한다.
아울러 고급 와인을 최대 25%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할인 이벤트가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만큼 새해를 맞이하기 전날에 미리 들러 향기로운 와인과 함께 올 한해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광양와인동굴은 연중무휴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입장료는 성인 7천원이며, 광양·여수·순천 지역민, 경로, 장애인, 단체(20인 이상)는 6천 원, 36개월부터 고등학생까지는 5천 원이다. 입장권과 와인, 와인족욕을 결합한 다양한 패키지 상품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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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 광양에서 떠오른 해를 봤다면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에 들러 윤동주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것도 광양 여행의 색다른 별미다./광양시 제공
정병욱 가옥 내에선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과 관련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다./광양시 제공
'별 헤는 밤'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유명한 윤동주의 육필시고를 간직했던 정병욱 가옥 역시 광양의 특색있는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스팟이다.
광양은 윤동주가 생전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지만, 일제강점기 출간이 좌절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지켜내 명실상부 시인으로 부활시킨 문학적 고향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병욱은 윤동주가 각별하게 아끼던 연희전문학교 후배로, 우리말글이 금지됐던 시대에 윤동주가 직접 써서 묶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소중히 간직해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다.
정병욱이 지켜낸 시고에는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시대의 어둠을 비추는 별과 같은 19편의 시가 윤동주의 육필로 또박또박 담겨 있다.
정병욱은 회고록 '잊지 못할 윤동주 형'에서 "내 평생 해낸 일 가운데 가장 보람 있고 자랑스러운 일은 동주의 시를 간직했다가 세상에 알린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동주를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 윤동주의 시 '흰 그림자'에서 따온 '백영(白影)'을 자신의 호로 삼았다.
광양 망덕포구에 위치한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등록문화재 제341호)에는, 명주 보자기에 싼 유고를 항아리에 담아 마룻바닥 아래 보관했던 당시의 상황이 생생히 재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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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 정원. 곳곳에 윤동주의 문학적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광양시 제공
윤동주 시 정원 바람이 불어 시가 새겨진 비./광양시 제공
가옥에서 포구를 따라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엔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31편 전편을 시비로 조성한 '윤동주 시 정원'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는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은 물론,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국빈 만찬에서 영어로 낭송해 화제를 모은 '바람이 불어'도 포함돼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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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립미술관 마나 모아나 전./광양시 제공
◇전남도립·포스코 미술관 등서 '뮤캉스'를
광양에는 전남도립미술관, 광양예술창고, 인서리공원 등 격조 높은 전시 공간이 곳곳에 자리해 연말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일몰 맛집이기도 한 전남도립미술관에서는 현재 특별전 「마나 모아나(Mana Moana)-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가 성황리에 전시 중이며, 오는 23일에는 초대전「김선두-색의 결, 획의 숨」이 개막한다.
「마나 모아나-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전은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순회전으로, 오세아니아 지역의 독창적인 예술과 신화, 항해 문화를 국내에서 깊이 있게 조명한다.
'마나(mana)'는 조상의 신성한 힘을, '모아나(moana)'는 모든 생명을 품는 바다를 의미하며, 카누·장신구·의식 관련 유물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바다를 경계가 아닌 연결의 길로 바라보는 오세아니아 특유의 문화 미학을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2026년 1월 4일까지 이어진다.
23일 개막하는「김선두-색의 결, 획의 숨」전에서는 한국화의 현대적 가능성을 꾸준히 탐구해 온 김선두 화백의 40여 년 예술 여정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통 한지인 장지 위에 동양화 분채와 안료를 섞은 색을 수십 번 쌓아 올리는 '장지 기법'은 오랜 수행의 흔적이자 작가의 핵심 미학을 보여준다.
전남도립미술관 앞마당을 가로지르면, 야외 전시장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공간 속에서 새하얀 색채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진 광양예술창고가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광양예술창고는 '미디어A'와 '소교동B'로 구성돼 있으며, 천장을 마감하지 않은 목재 트러스 구조를 그대로 살려 폐창고의 역사와 감성이 어우러진 독특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광양 원도심 골목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인서리공원의 반창고갤러리에서는 수호갤러리가 기획한「예술과 치유(ART AND HEALING)」전이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요셉 보이스의 '사회적 조각(Soziale Plastik)'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예술이 개인과 사회를 잇는 치유의 매개가 될 수 있음을 조명한다.
특히 백남준, 김창열, 이강소, Asao Kawahara, Liz 등 국내외 작가 11인이 참여, 프롤로그부터 치유·성찰·참여예술에 이르는 네 개 섹션으로 관람객의 몰입을 이끈다.
Park 1538 광양 내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리에 다케오'의 유현재 컬렉션「오백 년 만에 돌아온 조선 서화」 전./광양시 제공
Park 1538 광양 내 포스코미술관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 고서화 컬렉터'이리에 다케오'의 유현재 컬렉션「오백 년 만에 돌아온 조선 서화」 전이 열리고 있으니 연말에 광양을 방문해 문화적 소양을 쌓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동부취재본부/양준혁 기자 yj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