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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의 해
올해 유통업계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흑백요리사'일 겁니다. 2024년 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 요리 서바이벌 예능은 전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며 '셰프'를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직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를 비롯해 준우승자 에드워드 리 셰프, '요리하는 돌아이' 윤남노 셰프,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 셰프도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죠.
그 중에도 이 프로그램을 흥행시킨 최대 주역은 누가 뭐라 해도 두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와 백종
바다이야기오락실 원 더본코리아 대표입니다. 안 셰프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모수'의 셰프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완벽한 심사로 본인의 명성을 입증했습니다. 그 옆에 선 백 대표 역시 안 셰프에 밀리지 않는 지식을 보여주면서도 '맛'에 중점을 둔 심사로 균형을 맞췄죠. 이 둘 간의 밸런스가 흑백요리사를 완성시켰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오션파라다이스게임
편의점업계는 앞다퉈 흑백요리사 출연자들을 섭외해 신메뉴를 내놨다./그래픽=비즈워치
이렇게 대 흥행을 거둔 흑백요리사가 시즌 2로 돌아왔습니다. 시즌1의 성공이 있었으니 흥행은 당연히 보장돼 있었죠. 흑백요리사 시즌2는 지난 16일 공개 직후 넷플
바다신2다운로드 릭스 한국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글로벌 비영어권 TV 쇼 부문 톱10에 진입하며 해외에서도 K셰프들의 인기가 여전했음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전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을 바라보는 대중의 눈은 100% 호의만은 아닙니다. 새로운 얼굴들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의심의 눈초리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던 백
릴박스 대표 때문입니다.
앞서 방영된 남극의 셰프는 논란 이전에 촬영된 작품이었습니다. 흑백요리사 시즌 2는 논란 이후 출연을 강행한 작품인 데다, 주목도도 역시 훨씬 높습니다. 백 대표에겐 명예 회복의 기회가 될 수도, 또 한 번의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절반의 성공
첫 주 공개된 1~3화
바다이야기예시 에서 백종원 대표의 비중은 전 시즌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든 모습이었습니다. 시즌 1에서는 백 대표가 등장할 때 '대한민국 최고의 외식경영인'이라는 타이틀이 함께 소개됐는데요. 시즌 2에서는 '심사위원'이라고만 소개됐고 백 대표의 추가 멘트도 없었습니다.?
물론 이전 시즌과 심사위원이 같은 만큼 백 대표나 안 셰프를 따로 소개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죠. 그렇더라도 눈에 띄게 백 대표의 비중이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카메라 역시 심사에 필요한 발언을 할 때 외엔 백 대표에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촬영 전 터진 논란들을 어느 정도 의식한 편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흑백요리사 시즌 2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사진=넷플릭스 공식 유튜브
눈에 띈 건 여전했던 전문성입니다. 백 대표가 휩싸인 다양한 논란 중에는 더본코리아의 경영이나 법 위반 같은 문제도 있었지만 '백 대표의 음식 지식은 대본에 따른 것이다'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백 대표가 실제로는 음식이나 식재료에 대해 그리 해박하지 않다는 루머였습니다. 백 대표가 방송에서 실수하는 모습이나 잘못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편집돼 돌아다니기도 했죠.
흑백요리사 시즌 2 초반에 보여준 모습은 백 대표를 둘러싼 의혹들을 해소하기 충분했습니다. '칼마카세'의 오마카세 요리를 보고 제공해야 할 순서가 바뀐 것 아니냐고 지적한 부분, '삐딱한 천재'의 토끼 요리를 맛보고 자신이 맛봤던 토끼 고기의 식감을 되새기는 부분은 백미였죠. 안성재 셰프조차 "나는 한국 토끼를 먹어본 적이 없지만 백 대표님은 분명히 드셔보셨을 것"이라며 백 대표의 식경험과 지식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돌아와요 백주부
'국민 주부'였던 백종원 대표가 '국민 역적'이 되기 시작한 건 그가 유튜브에서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면서입니다. 마침 백 대표가 최대 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있는 더본코리아가 지난해 상장했습니다. 이때부터 소비자들은 그의 발언과 행동이 대중을 위한 게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의 과정은 아시는대로입니다.
최근 들어 백 대표는 언론과 방송에 거의 자신을 노출하지 않고 더본코리아의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본코리아의 핵심인 가맹점 사업은 상생 강화에 주력 중입니다. 더본코리아는 올해 점주 간담회를 통해 들어온 130개의 과제 중 125개를 완료했습니다. 이달 초에는 상생위원회를 통해 배달 수수료 지원책을 발표했고요. 내년에는 창업지원·소규모 브랜드 활성화 등의 사업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더본코리아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기념식에서 북을 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골목상권 논란·점주 분쟁 등의 소지가 있는 가맹점 사업과 달리 '논란의 여지'가 없는 B2B사업 확장에 나서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찌개용 소스나 볶음용 소스를 갖고 해외에 나가 외국에서도 간편하게 한식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데요. 대중적인 입맛을 간단한 레시피로 잘 구현하는 백 대표의 장점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는 흑백요리사 시즌 2 출연은 백 대표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특히 백수저와 흑수저 간 1대 1 대결이 펼쳐지는 2라운드부터는 심사위원의 비중이 높아집니다. 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백 대표의 다음 행보를 짐작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습니다.
2025년은 백 대표에게 최고로 시작해 최악으로 끝난 한 해가 됐습니다. 2026년은 어떨까요. 최악으로 시작해 '백주부 시즌 2'로 돌아오는 해가 될 수 있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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