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 가게 전자 입간판이 지난 16일 일본 도쿄도 분쿄구 유시마 3가 한 건물 입구 구석에 놓여 있다. 최근 12세 태국 국적 소녀를 고용해 성 마사지를 시킨 마사지 가게가 불법 영업한 건물로 추정된다. 도쿄=류호 특파원
#성 구매자 처벌 규정 #매춘금지법
일본 엑스(X)
지난 18일 X를 비롯한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러한 해시태그들을 단 글들이 확산됐다. 지난달 초부터 퍼지기 시작해 한 달 넘게 SNS를 달군 키워드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여성
바다이야기무료머니 인권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여성과 아이들의 안전과 권리를 지키는 모임'이 주도하는 매춘금지법 제정 촉구 서명 운동에 "저도 사인했어요"라며 참여 인증 글도 올라오고 있다. 성매매 행위에 대한 처벌이 미흡한 일본 사회에 분노한 일본인들이 '처벌 강화'를 외치며 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분노한 건 12세의 태국인 소녀 A가
황금성슬롯 일본 도쿄에서 성 착취를 당한 사건이 알려지면서다. 지난달 4일 도쿄 분쿄구 유시마 3가에서 마사지 가게를 운영 중이던 B(51)가 노동기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일본 노동기준법 56조는 '사용자는 15세 미만을 노동자로 고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12세 소녀가 고용된 것도 문제지만 한 일은 놀랍게도 성(性) 서비스, 즉 성
모바일릴게임 매매였다. B는 성매매 알선으로 돈을 벌고자 여러 명의 태국 여성들을 고용했는데, 이 가운데 미성년자인 A가 있었다. A는 태국에 있었다면 중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며 공부할 시간에 33일이나 도쿄에서 홀로 참혹한 시간을 버텨야 했다.
어머니가 SNS로 "서비스 제대로 하라"
모바일바다이야기
일본 우편부가 지난 16일 도쿄 분쿄구 유시마 3가 한 건물 입구 앞에 서 있다. 이 건물은 최근 태국 국적 12세 소녀에게 불법 성 마사지를 시킨 혐의로 체포된 마사지 가게가 있는 건물로 추정된다. 도쿄=류호 특파원
A의 일본 입
황금성릴게임 국기는 형사물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A는 태국 수도 방콕에서 차로 5시간가량 걸리는 펫차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초등학교 2, 3학년 때쯤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가 일본을 비롯해 싱가포르와 대만 등 해외에서 성매매로 생계를 꾸려 나갔기에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어머니와 같이 있는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 6월 말 잠시 귀국한 어머니가 "일본에 같이 가자"고 권유했고, A는 어머니와 함께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 6월 27일 15일 단기 체류 자격으로 일본 땅을 처음 밟은 A는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유시마 3가로 향했다. A가 도쿄에 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간판조차 없는 한 마사지 가게였다.
어머니는 "여기에선 앞으로 가명을 써야 한다"며 "마사지를 한 뒤 종료 시간 20분 전부터는 성 서비스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만 남기고 다음 날 도쿄를 떠났다. A는 아는 이 한 명도 없는 낯선 타지에서 혼자 생활해야 했다. 가게 안 부엌 구석 바닥에서 쪽잠을 자다 B가 호출하면 어두운 방으로 끌려가 고객을 상대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소녀는 지난 7월 29일까지 33일간 고객 약 60명을 상대했다.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던 건 SNS상 대화가 전부였고, 그마저도 '잘 지내냐. 밥은 먹고 있냐'라는 안부가 아닌 "똑바로 일해라. 서비스가 별로라고 들었다"라는 채찍질이었다. A가 접객으로 번 돈은 62만7,000엔(약 597만 원)이었지만, 어머니의 지시로 받은 돈은 모두 B에게 줘야 했다. 이 돈은 어머니와 B가 나눠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서 확인된 최연소 외국인 인신매매 피해자
마사지 영업을 알리는 전자 간판들이 지난 16일 일본 도쿄 다이토구 우에노 한 건물 입구에 설치돼 있다. 해당 가게들은 기사 사건과 관련 없다. 도쿄=류호 특파원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소녀가 한 달 넘게 골방에 갇혀 성 착취를 당했지만, 발견되지 않은 건 건물 구조가 한몫했다. 지난 16일 마사지 가게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시마 3가의 한 건물을 찾았다. 지하철 유시마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10층짜리 건물로, 거주용 오피스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건물 외곽에는 마사지 가게를 포함해 상호 간판이나 스티커를 내건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최근 사건의 여파를 보여주듯 건물 입구에는 '입주자 외 방문을 거절합니다'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입구 구석에는 마사지 가격표가 그려진 입간판이 내팽개쳐 있었는데, 다만 이 입간판이 해당 가게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B의 범죄 행위는 결국 A가 스스로 알릴 수밖에 없었다. 견디다 못한 A는 지난 9월 16일 B의 감시를 피해 혼자 도쿄 미나토구의 도쿄출입국재류관리국을 찾아 B를 신고했다. 그제야 '인신매매 피해자'로 보호받을 수 있었다. A는 조사에서 "태국에 돌아가 할아버지, 할머니, 동생들을 만나고 학교도 다니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A는 처음에 어머니에게 '일하고 싶지 않다'고 거부했지만, 혼날 것 같아 어머니 지시를 따랐다고 진술했다"며 "일본 경시청이 적발한 외국인 인신매매 피해자로는 역대 최연소"라고 전했다.
일본도 뒤집혔지만, 소녀의 고국인 태국 사회도 큰 충격을 받았다. 태국 주요 언론사인 '타이랏'은 B가 체포된 지 사흘 뒤인 지난달 7일자 1면에 '12세 소녀, 일본의 지옥으로부터 보호', '어머니가 마사지 가게에 버렸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태국 SNS에선 "어머니를 빨리 체포하라", "소녀를 어머니에게 절대 보내지 말라"는 글이 쇄도했다. 태국의 성 착취 피해자 지원 단체 파위나홍사꾼아이여성재단의 파위나 홍사꾼 대표는 지지통신에 "매춘을 강요당한 피해자는 대부분 30세 전후로, 아이에게 해외에서 매춘을 시킨 사례가 확인된 건 처음"이라며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버린 잔혹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가까이서 성 착취 피해 발생한다는 점 알아야"
17일 일본 엑스(X)에 매춘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 글이 확산하고 있다. X 캡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가능한 이유로 '일본의 허술한 법체계'를 꼽는다. 1957년 시행된 '매춘방지법'을 보면 법의 한계가 드러난다. 법은 '누구든 매춘하거나 그 상대방이 돼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처벌은 권유·알선 행위만으로 한정한다. 성을 '파는 쪽'만 처벌할 수 있고, 성매매 수요자인 '사는 쪽'은 처벌이 어려운 구조다. 사건이 발각된 지 한 달을 훌쩍 넘겼지만, 사는 쪽, 즉 A가 접객한 고객 60여 명 중 검거된 사람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구매자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다 보니 수요에 따른 공급, 즉 성을 파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JK 비즈니스', 2020년대 들어 '파파카쓰'라는 신조어가 나온 것도 일본의 성 착취에 대한 문제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준다. JK비즈니스의 JK는 여고생을 뜻하는 일본어 '조시코세'의 줄임말로, 여고생 복장을 한 직원이 마사지나 대화를 하는 유사 마사지업이다. 파파카쓰는 아버지를 뜻하는 일본어 '파파'와 활동을 뜻하는 '가쓰도'를 합성한 단어로, 중장년층의 연애 상대가 돼 주는 대신 고액을 받는 10·20대 여성들을 가리킨다. '인신매매 금지 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요시다 요코 변호사는 아사히에 "(사람들이 파파카쓰나 JK비즈니스 피해자들에 대해) '피해자의 자업자득'이라고 인식하면서 (성 착취 행위에 대한) 가해와 피해의 실상이 구분되지 않고 있다"며 "인신매매가 가까이서 일어나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日법무장관 "성 사는 쪽도 존엄성 훼손" 망언
성매매에 대한 고위 인사들의 낮은 인식도 제도 변화를 막는 요소다. 매춘방지법이 엄격히 구현되게 책임져야 할 법무장관이 피해자보다 성 구매자들을 옹호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히라구치 히로시 법무장관은 지난달 26일 중의원(하원) 법무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파는 쪽만 처벌 대상이 되는 현 매춘방지법은 문제 아니냐'는 모토무라 노부코 일본공산당 의원의 질의에 "성을 사는 쪽의 존엄성도 훼손된다"는 망언을 내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히라구치 장관에게 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매춘방지법 제1조에 명시된 '성매매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를 강조하려 질의한 건데, 성을 산 사람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일본 사회에선 '제2의 태국인 소녀 사건'을 막기 위해 성을 사는 쪽도 처벌하도록 법체계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기라 요시코 공산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참의원(상원) 아이·육아·청년 활약에 관한 특별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이번 사건은 단순한 노동기준법 위반이 아닌 인신매매로 60명의 어른이 아이를 성적으로 착취한 범죄 행위"라며 "60명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사회에서 들끓고 있다.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위나 대표는 태국에선 1996년 성을 사는 사람도 엄격히 처벌하는 법이 제정돼 상황이 개선됐다며 "일본에서도 (성매매 행위를 처벌하는 법 제정이) 지지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