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최연소 미쉐린 스타 셰프가 가는 여정은 길다. 12년 동안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제로컴플렉스를 운영한 이충후 셰프는 스스로 정체되는 것을 경계한다.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둔 셰프라면 정체되는 것에 더욱 예민해진다. 즉흥적인 감각을 추구하며 새로운 영감을 찾아 요리해온 그에게 올해는 기억할 만한 전환의 해였다. 강민구 셰프에 이어 반얀트리서울 ‘페스타’의 디렉팅을 맡은 이 셰프는 새로운 변화와 창작의 동력을 찾고 있다.
?이노베이티브 센스 다이닝
반얀트리
바다이야기사이트 서울 ‘페스타 바이 충후’의 디너 메뉴. /ⓒ박충열
이 셰프의 고향은 경남 진주다. 고등학교 때까지 진주에 살면서 서양 음식을 접할 기회가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그가 유일하게 먹은 양식은 돈가스였다. 군 복무 시절 가족이 유학 중이던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갔다가 이제까지 경험한 음식과는 전혀 다른
바다이야기비밀코드 세계를 만난다. 바게트 종류만 해도 매우 다양한 도시에서 프렌치 요리에 매료된 그는 전역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분자 요리부터 공부했다.
“프랑스에서 분자 요리를 배울 때 실험실 같은 공간에 고등어가 주어졌습니다. 한국인에게 고등어는 구이와 조림 방식이 익숙하잖아요. 함께 쓰는 식재료로 무가 보통이고요. 그런데 고등어에 함께 놓인 라즈베리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와 과일의 조합이 무척 신선했습니다. 제가 요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예요. 평소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새로 발굴한 조합으로 사람의 기억에 남길 수 있는 혁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셰프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제로컴플렉스’는 2016년부터 미쉐린 별 한 개를 유지하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는 그의 요리를 ‘이노베이티브’라는 유형으로
사이다쿨접속방법 소개했다. 이는 양식, 중식, 한식 등 특정 유형에서 벗어나 여러 방식과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창작 요리를 뜻하는데, 완전히 새로운 메뉴로 소개하는 ‘컨템퍼러리’ 유형과 다르다. 이 셰프는 프렌치 요리로 시작했지만 전통에 국한하기에는 젊고 새로움을 찾아 나서는 도전 정신도 강하다.
“셰프도 성향이 다양합니다. 학문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바다이야기 분도 있고요. 그에 비해 저는 적극적이고 즉흥적인 면이 강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수학처럼 정답을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요. 우연히 머릿속에서 가끔 떠오르는 잔상을 꺼내 즉흥적으로 맛을 내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노베이티브 센스 다이닝을 내건 그에게 ‘혁신’이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본래 있는 것에서 작은 조화, 작은 변화를 이루는 게 그 시작이다. “셰프들과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지금 우리가 만드는 요리가 50년, 100년이 흐른 후에는 전통이 되고, 클래식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동시대 사람들이 선호하는 식재료와 레시피, 디자인을 조금씩 맞춰 나가는 것이 지금의 요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도전, 자연을 영감 삼다
‘페스타 바이 충후’에 합류한 2025년은 이 셰프에게 ‘새로운 에너지’라는 값진 선물을 줬다. 반얀트리서울이 레스토랑 페스타를 리뉴얼하면서 그를 총괄 셰프로 영입한 것이다. 새로운 메뉴를 구상할 때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에게 장충동 남산 자락에 있는 페스타의 환경은 조금 정체돼 있던 셰프의 감각을 깨웠다. 이는 제로컴플렉스가 기존 남산 피크닉에서 현재의 서빙고동 자리로 이전한 시기 이상으로 변화 의지와 자극을 줬다.
단독 건물인 페스타의 계단을 오르면 정원이 넓게 펼쳐진다. 남산의 정취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레스토랑의 통유리창은 이렇듯 변화하는 남산의 사계절을 껴안는다. 이 셰프는 이전에 사용하던 플레이트를 자연을 닮은 디자인으로 교체하고, 메뉴 또한 자연에서 출발한 테마로 전개하고 있다.
웰컴 칵테일로 시작하는 디너 메뉴는 요리 이름이 아니라 식재료 이름으로 채워져 있다. 광어, 방어 홀스래디시, 제철 허브라든지 옥돔, 호랑이콩, 대봉감 등의 식재료가 어떤 요리가 돼 나올지 모르는 손님은 기다리는 동안 상상과 기대를 키운다. 페스타 바이 충후의 메뉴들은 제로컴플렉스 요리와 달리 이곳의 환경에 영향을 받아 좀 더 다채롭고 화사한 색감과 동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만약 직업을 두 가지 가질 수 있다면 건축가를 했을 거예요. 저는 기본적으로 공간에 어울리는 요리를 추구합니다. 남산의 자연에 둘러싸여 사계절이 뚜렷하게 보이는 이곳에서 느낀 감정을 요리에 담으려고 해요. 제로컴플렉스를 운영한 지 올해 12년째인데, 요리를 하며 페스타에 합류한 지금이 커다란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겸손과 노력이라는 무기
2016년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에 처음 발간됐을 때 별을 받은 셰프 중에 그는 최연소였다. 일찍 제로컴플렉스를 시작한 덕분에 경력에 비해 여전히 젊은 30대다. 요리 패턴에 익숙해지고 굳어지기엔 너무 이른 나이다. 오랫동안 한결같은 시간을 유지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셰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페스타 바이 충후의 도전은 제로컴플렉스에도 적지 않은 자극과 영향을 주고 있다.
“제로컴플렉스의 단골손님이 저에게 ‘게으른 천재’라고 장난처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엄청 게으른데 가끔 새로 내놓는 요리가 무척 좋아서 오게 된다고요. 페스타 팀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제로컴플렉스와는 또 다른 느낌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도 있고요. 저 자신으로부터 동력이 느껴집니다.”
그는 올해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 요리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버렸다. 그들의 파인다이닝 요리는 매우 담백했고 모르는 식재료도 많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기름지지 않고 슴슴한 중식. 내가 알던 지식이 이것밖에 안 됐구나, 경험을 많이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습니다. 모든 여정이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다름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한지희 아르떼 칼럼니스트/사진=박충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