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영 기자]
▲ 가라! 잉어킹!?갸라도스의 포효를 뒤로 하고 잉어킹들이 줄지어 청계천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 유수영
서울 청계천에서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서울빛초롱축제가 열렸다. 해마다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조형물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규모도 커졌지만, 올해 유독 인파로 붐비는 구간이 있었다. 청계천을 따라 줄지어 설치된 100여 마리의 '잉어킹 불빛초롱' 앞이었다. 지난 17일, 이 곳을 찾았다.
'포켓몬고' 게임을 몇 년째 즐기고 있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었다. 화면 속에서, 그리고 도감 속에서 수도 없이
뽀빠이릴게임 만나왔던 잉어킹이 현실 공간에서 빛으로 떠올라 있었다. 광교에서 장통교까지 이어진 약 70미터 구간, 크고 작은 잉어킹들이 물길을 따라 고개를 들고 있었다.
서로 다른 잉어킹들을 보며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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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갸라도스와 잉어킹들?잉어킹을 잘 키우면 갸라도스로 진화를 한다.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잉어가 용이 된다는 전설을 반영한 듯하다.
ⓒ 유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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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킹은 포켓몬 시리즈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캐릭터다. 능력치는 낮고, 기술은 '튀어 오르기' 하나 뿐. 배틀에서도 레이드(협력 게임)에서도 거의 쓸모가 없다. 대신 잘 키우면 갸라도스로 진화한다는 설정 덕분에 '결국엔 강해지는 존재'의 상징으로
황금성게임다운로드 남아 있다(사실 잘 키우는 조건도 결코 쉽지만은 않다).
청계천에 설치된 잉어킹 조형물은 그 상징성을 살뜰하게 살렸다. 표정이 조금씩 다른 잉어킹들이 물 위에 떠 있고, 일부는 번쩍이는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진행 방향 끝에는 폭포 형태의 조형물이 놓여 있다. 폭포를 거슬러 오른 잉어가 용이 된다는 '등용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빛초롱축제에서 선보인 잉어킹 테마는 여러 가지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중 하나가 '황금잉어킹 찾기'였다. 붉은빛 잉어킹들 사이에서 단 한 마리만 황금색으로 빛나도록 연출된 조형물을 찾아보는 방식이다. 게임 속에서 색이 다른 잉어킹을 만나는 일은 상당한 시간과 운이 필요한 일이다. 반면 청계천에서는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 황금잉어킹?100마리의 잉어킹들 사이에서 단 한마리만이 황금색으로 빛이 난다.
ⓒ 유수영
특히 황금잉어킹이 다른 잉어킹들과 함께 유유히 물길을 따라 움직이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눈에 띄게 다르지만, 그렇다고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 모습은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고, 축제의 화려하고 북적이는 분위기 속에서 긴 여운을 남겼다.
현장에서 흥미로웠던 장치는 또 있었다. 잉어킹 조형물 구간을 걷다 보면 <포켓몬> 공식 채널의 노래
이 반복해서 흘러나온다. 제목만 보면 사랑 노래 같지만, 가사는 정반대다.
"I LOVE 잉어킹"
도움도 안되고 한심하지
너무도 유명해 너무 약해서
먼 옛날에는 엄청 강했대
그런 소문도 있다지만
지금은 너무나 약하단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약하단다
약한 포켓몬 잉어킹
세상에서 제일 약한 녀석
약한 포켓몬 잉어킹 너무나 약해서 쇼-킹
(아래 생략)
가사는 대략 위와 같다. 관람객들 사이에서 "잉어킹이 불쌍하다", "너무 웃긴다"는 웃음 섞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노래의 끝은 앞부분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도 나는 키울 거야", "모두가 사랑하는 잉어킹"이라는 가사로 마무리된다. 약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되, 그럼에도 함께 가겠다는 것이다. 청계천의 잉어킹 불빛초롱은 이 노래와 꽤 잘 어울렸다.
약해도 괜찮아
▲ 잉어킹과 소원빌기?사람들이 멈춰서서 잉어킹들과 함께 소원을 비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 유수영
현장에는 아이 손을 잡은 부모, 연인, 친구 단위의 관람객 뿐 아니라 혼자 천천히 걷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중에는 휴대폰으로 '포켓몬고' 게임을 함께 즐기는 이들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었다. "추워도 나오길 잘했다", "사진으로는 다 안 담긴다"는 감탄이 곳곳에서 들렸다. 잉어킹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사진을 찍거나, 물을 내려다보며 소원을 비는 모습도 낯설지 않았다.
'포켓몬고'를 여러 해 동안 해온 입장에서 잉어킹은 특별한 캐릭터다. 버려지기 쉽고, 굳이 잉어킹에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필요성을 못 느낀달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한 마리쯤은 키워보고 싶어진다. 청계천에 모인 잉어킹들이 전하는 메시지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요즘은 강해야만 인정받는 현실이다. 빠른 결과, 확실한 성취가 기준이 된다. 그런 세상에서 "약해도 괜찮다"는 말은 어쩌면 조롱에 가깝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청계천을 밝히고 있는 잉어킹들은 바로 그 말을 다정스레 건넨다. 지금은 약해 보여도, 잘 버티고 있으면 된다고.
빛초롱축제는 연말마다 반복되는 행사일지 모르지만, 올해 잉어킹 불빛초롱은 조금 다른 여운을 남긴다. 화려하거나 대단해서가 아니라, 약함을 전제로 한 위로였기 때문이다. 청계천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잉어킹 앞에서,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