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캥거루쥐가 관찰됐다. Leo Jones
사막은 생명에게 가혹한 시험대다. 태양 빛에 데워진 모래는 열기를 내뿜고,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아 물을 찾기도 어렵다. 하지만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동물이 있다.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도 수분 절약에 특화된 사막 포유류, 캥거루쥐(Kangaroo rat, Dipodomys 속)다.
캥거루쥐는 북아메리카 서부 사막에 사는 스물두 종의 설치류를 말한다. 몸무게는 약 35~180g, 몸길이는 10~20㎝ 크기의 포유동물로, 19세기 중반 멕시코
릴게임몰메가 사막에서 처음 기록된 이래로 미국 서부에서 새로운 종들이 발견됐다. 이들은 긴 뒷발을 이용해 최대 2m까지 뛰는 모습이 캥거루를 닮아 ‘캥거루쥐’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이 기술을 이용해 포식자를 피해 재빨리 도망 다닌다.
동물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건 단연 물이다. 사막을 대표하는 동물인 낙타조차도 일정량의 물이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 하
검증완료릴게임 지만 캥거루쥐는 물을 마시지 않고 갈증을 참으며 살아간다. 정말 그럴까?
캥거루쥐의 비밀은 20세기 중반, 미국의 생리학자 크누트 슈미트-닐슨(Knut Schmidt-Nielsen)의 연구로 처음 밝혀졌다. 그는 캥거루쥐의 수분 대사와 신장 구조를 분석, 이 동물이 물 없이도 씨앗에서 나오는 적은 양의 수분과 대사 과정에서 생성된 물로 생
알라딘게임 존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캥거루쥐의 신장은 소변을 만드는 과정에서 물을 그냥 버리지 않는다. 일반 포유류보다 훨씬 길게 발달한 헨레고리(Henle’s loop) 덕분에 소변 배출 전 물을 대부분 재흡수해, 거의 시럽 수준으로 농축된 소변을 배출하고, 대변 역시 바짝 말라 수분이 거의 없다. 또한 건조한 서식 환경에 사는 캥거루쥐는 신
릴게임뜻 장 속 보먼주머니(Bowman’s capsule) 내강과 세뇨관 직경이 커서 수분 재흡수 효율이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물은 대개 호흡 중에도 몸에서 미량의 수증기를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데, 이들은 이마저도 코안에서 다시 응축시켜 손실을 줄인다. 캥거루쥐의 작은 몸 전체가 하나의 ‘수분 재활용 공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캥거
오리지널골드몽 루쥐는 사막의 추위에도 잘 견딘다. 사막의 밤은 땅이 차갑게 식으면서 추위가 몰려들곤 한다. 일반 설치류는 추위에 노출되면 체중이 감소하지만, 캥거루쥐는 영상 5도의 저온 환경에 오래 노출돼도 체중 손실 없이 대사율을 조절하며 버틸 수 있다. 우선 체지방을 증가시켜 열 손실을 방지하고, 체수분을 더 낮춰 수분 절약 상태에 돌입한다. 또한 혈장 단백질이 증가해 산소 운반 능력을 향상시켜 대사 효율을 높인다. 이렇게 사막의 추위에 내성이 있다 보니 캥거루쥐는 주로 밤에 활동한다.
캥거루쥐가 굴속에 잠을 청하고 있다. Aaron G Stock
낮에는 굴을 파고 들어가 쉬는데 굴속은 서늘하고, 습도도 높기 때문에 수분을 아낄 수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씨앗을 찾아 돌아다닌다. 그렇게 찾아낸 씨앗들을 굴 안으로 가져와 저장해 두면 씨앗이 습기를 머금어 촉촉해진다. 그렇게 습기를 머금은 씨앗을 섭취함으로써 수분도 함께 보충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습한 굴속에 보관된 씨앗의 수분 함량은 순수 건조 씨앗보다 항상 더 높았고, 평균 두 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막 속에서 굴이라는 지하 냉장고를 통해 수분을 만들어 저장한 셈이다.
이런 캥거루쥐의 수분 절약 행동은 유전적으로 매우 강하게 각인돼 있어서 동위원소를 이용해 직접 측정했을 때도 연중 단 한 번도 물을 마시지 않은 것이 입증됐고, 심지어 폭우가 내릴 때도 입으로 물을 마시는 행동은 관찰되지 않았다.
미국 뉴멕시코 이달고카운티에서 서식 중인 메리엄캥거루쥐. Andrew DuBois
물론 모든 캥거루쥐가 씨앗만 먹는 것은 아니다. 곤충이나 식물을 통해 물을 섭취하는 종도 있다. 예를 들어, 끌이빨캥거루쥐(Dipodomys microps)는 씨앗을 먹는 캥거루쥐와의 경쟁을 피해서 염생식물인 소금덤불(Atriplex) 잎을 먹는다. 이 종은 앞니가 끌처럼 납작하게 발달해 있어서 절삭용 앞니로 짠 외피를 긁어내고 수분을 채운 잎 부위를 먹는다. 또한 애리조나 사막 중심부에 사는 메리엄캥거루쥐(Dipodomys merriami)는 씨앗뿐 아니라 곤충이나 식물도 함께 먹으며 부족한 수분 균형을 유지한다. 이처럼 캥거루쥐 스물두 종은 저마다 서식지 조건에 맞춘 다양한 수분 확보 전략을 통해 갈증을 해결하고 있다.
캥거루쥐의 사막 환경 적응은 포유류가 생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분 절약 시스템의 모든 것을 보여 준다. 신장은 물 한 방울까지 재활용하며 수분을 아끼고, 굴속에 저장된 먹이는 습기를 머금어 생수 역할을 한다. 이들의 몸과 행동에 담긴 전략들은 ‘생명체에 가장 필수적인 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자이언트캥거루쥐(Dipodomys ingens)가 굴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Dagmar Collins
이런 정교한 생존 전략은 기후 변화가 가속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더욱 눈길을 끈다. 인류는 최근 들어 극단적인 가뭄과 폭염이 지속되면서 물 부족을 겪는 지역이 증가하고 있다. 캥거루쥐의 생리학적인 진화를 인류에 직접 적용하긴 어렵겠지만, 이들이 보여 준 예시와 전략을 통해 ‘지속적인 물 관리와 절약’을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사막 생물들의 적응 진화 사례들은 생물모방형 수분 응집 기술(bioinspried water-harvesting technology)에 영감을 주고 있다. 머지않아 인간도 캥거루쥐처럼 공기 속의 미세한 수분을 모아 식수로 바꾸는 기술을 통해 사막 같은 미래 지구에서 새로운 생존의 길을 찾아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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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동물행동학자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