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백두산 들쭉술 [
사이다릴게임 연합뉴스 자료 사진]
북한에서는 어떤 술을 마실까.
우리에겐 낯선 땅이지만, 그곳에도 나름의 역사와 자부심이 담긴 명주가 존재한다. 북한이 대표 주로 내세우는 술은 대개 백두산, 개성 등 청정 지역의 특산물을 원료로 한 약주 계열로, 당국은 이들 술의 품질 관리와 전통 계승에 국
게임몰 가 차원의 관심을 기울여 왔다.
먼저, 북한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몇 가지 술을 찾아봤다.
들쭉술은 북한 명주 가운데서도 단연 상징성이 큰 술이다. 백두산 일대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들쭉(북측이 주로 '들쭉'이라 부르는 열매, 블루베리·빌베리 계열 야생과실)을 발효·증류해 만든다. 특유의 진한 색과 향, 항산화 효능 때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 문에 '장수불로주'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만찬의 건배주로 사용되면서 국제적 관심을 받았고, 김일성 주석이 생전 즐기던 술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코냑,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견줄 만한 세계적 명주를 만들라는 지시 아래 개발된 것으로 전해지며, 16도, 30도, 40도 등 다양한 도수로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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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만찬 [연합뉴스 자료 사진]
개성고려인삼술은 개성 인삼을 활용한 대표 약용주다. 건강 증진과 피로 해소에 효능이 있다고 선전하며, 국제 주류 품평회에서 여러
릴게임사이트추천 차례 수상한 이력 덕분에 '약주이면서 수출품'이라는 위상을 동시에 갖고 있다. 외교 사절단에 대한 답례품으로도 자주 언급되며, 10년근 장뇌삼을 사용한 '장뇌산삼술' 등 고급 라인업이 다양하다.
평양소주는 '북한의 국주(國酒)'로 지정된 술이다. 곡물 주정에 벌꿀을 첨가해 만든 희석식 소주로, 알코올 도수는 통상 25도 안팎이다. 전통 증류식 소주인 평양주(平壤酒)와는 구분되는 현대식 제품으로,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공식 국주로 선언됐다고 알려져 있다.
대동강맥주는 북한 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맥주 브랜드다. 2000년대 초 영국 양조장의 설비를 인수해 생산을 본격화했으며, 독일식 라거에 가까운 스타일로 도수는 약 5.5% 수준이다. 평양 시민뿐 아니라 외국인 방문객 대상 식당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북한식 '국민 맥주'에 해당한다.
북한은 조선시대 명주를 국가 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복원하는 작업에도 공을 들여왔다. 이 가운데 일부는 남한에서도 전통주로 계승된다.
평양을 대표하던 감홍로(甘紅露), 배와 생강을 넣어 빚는 이강고(梨薑膏, 남한의 이강주) 등은 조선 3대 명주로 꼽히며, 현재는 남쪽에서 그 맥을 잇고 있다. 이 밖에도 송이버섯술, 뱀술, 령지술(영지버섯술), 각종 인삼·장뇌삼 술, 인풍술·백로술 같은 브랜디류, 산머루주와 같은 과실주 등 전통·약용주 스펙트럼이 넓다.
단군이 마시던 술을 복원했다는 '단군술'도 선전용 스토리와 함께 등장한 바 있다.
문제는 이 많은 북한술이 국내에서는 거의 손에 넣기 어렵다는 점이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국제 대북 제재 등 정치·외교적 제약으로 인해 북한산 주류의 정식 수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최근 들어 조금씩 변화의 조짐도 감지된다.
2025년 9월, 한 민간 사업자가 통일부 승인을 얻어 들쭉술과 고려된장술 등 일부 북한 주류를 인천항으로 반입한 사례가 있었다. 다만 현재까지는 수입식품 안전관리 제도상 북한산 식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통관은 보류된 상태다. 통일부와 식약처 등 관계 부처가 안전성 평가와 제도 보완 방안을 논의 중이며, 향후 기준이 마련되면 제한적 유통이 허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술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과거 남북 교류가 활발하던 시기에는 백두산 들쭉술, 평양소주 등 일부 제품이 정식 통관을 통해 국내 면세점·행사 등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그러나 남북 교역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당시 반입 물량은 대부분 소진되었고, 현재는 대한민국 내에서 공식적으로 북한 술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을 찾기 어렵다.
다만 제3국(중국, 러시아 등)에서 현지 판매 중인 북한 술을 개인이 여행자 휴대품 형태로 반입할 경우, 세관 신고와 면세 한도 요건을 충족하면 가능하다는 것이 당국 설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남한에서도 '북한식' 혹은 '북방식' 전통 양조법을 계승·변주한 상업 양조장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충북 음성의 양조장 '하나도가'는 함경북도 회령 출신 탈북민 김성희 대표가 설립했다. 이곳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함경도 가양주 비법을 남한에서 되살리는 곳으로, 생쌀·쌀 앙금을 활용하는 발효와 고도 증류주에 약주를 섞어 부드러운 맛을 내는 '과하주' 기법이 특징이다.
남한에서 흔한 고두밥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왼쪽부터) 태좌주, 농태기, 삼팔주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하나도가는 고추씨를 넣어 발효시키는 전통 방식을 응용해, 함경도 제사주의 계보를 잇는 45도짜리 '태좌주'(太座酒), 곡물이 부족했던 시절 쌀 앙금 등을 모아 몰래 빚어 마셨던 밀주를 재현한 25도 '농태기', 38선을 모티프로 남북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38도 '삼팔주' 등을 내놓고 있다. 높은 도수에도 과하주 특유의 감미와 부드러움을 살려, 남한식 소주와는 또 다른 북방 술의 개성을 보여준다.
화룡양조장의 두만강 곡주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충남 예산의 화룡양조장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 연변 화룡시 출신 조선족 강금옥 대표는 부산에서 생활하다 2013년 귀농해 양조장을 열었다. 예산 찹쌀 100%와 압록강·두만강 일대 조선족 사회의 전통 양조법을 접목해 '두만강곡주'를 빚는다. 찹쌀밥을 지어 30일가량 장기 발효하는 수제 곡주(증류주)로, 북방식 고도주 특유의 깊고 묵직한 풍미가 특징이다.
일반 두만강곡주보다 도수와 풍미를 끌어 올린 45도 '두만강곡주 골드' 라인도 선보였다. 비록 북한 내부가 아니라 접경 지역의 문화지만, 넓은 의미의 '북방 양조문화'를 남한 땅에서 되살리는 작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생산 지속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이들 사례는 분단 이후 단절된 북방·북한 술 문화를 새로운 형태로 잇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남과 북의 술 문화는 같은 민족적 뿌리를 공유하지만, 70여 년 분단과 상이한 체제 속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북한은 국가가 주도해 고도주 중심의 약용·의례용 술을 강조하고, 관혼상제에 필요한 술을 세대별로 배정하던 배급 문화, 밀주 양조의 음성적 전통이 공존한다. 남한은 시장 중심으로 다양성과 실험성을 키워 왔고, 최근에는 전통주 르네상스와 수제 맥주 문화가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만큼은 분명하다. 남과 북 모두 술을 통해 공동체의 정을 나누고, 유대감을 확인하며, 때로는 위로와 다짐을 나눈다는 점이다.
언젠가 남한의 맥주와 북한의 들쭉술, 남한의 소주와 북한의 평양소주가 한 상 위에 자연스럽게 오르고, 두 문화가 만든 술을 섞어 '진짜 소맥'을 나누는 날이 올 수 있을까.
'K-리큐르'가 그날을 준비하며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이 땅에서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모든 전통과 기억, 북방의 기술과 남쪽의 감성을 담은 술들을 성실히 빚어두는 일일 것이다.
신종근 전통주 칼럼니스트
▲ 전시기획자 ▲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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