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기자]
▲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인터뷰 중인 <토끼풀> 문성호 편집장
ⓒ 이주연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람도 환영합니다."
야마토통기계 은평구 중학생들이 만든 신문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기사로 빼곡해야 할 지면(8월 28일자)이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 측의 검열에 항의하는 '백지 발행' 시위였다. 이 대담한 행동의 주체는 32명의 중학생이 모여 만든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기 보다, 학교 밖에서 거침없는 목
황금성오락실 소리를 내길 택한 이들. 그 중심에는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람도 환영한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모집 공고를 낸 문성호 편집장이 있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분노'하게 만들었으며, 그 분노는 어떻게 기사가 되었을까.
지난 17일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학생들이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50주년 기념관에서 문성호 편집장을 만났다.
야마토연타"내가 겪은 부당함이 기사의 시작"…기후동행카드와 계엄령
문성호 편집장의 '분노'는 거창한 담론이 아닌, 매일 등굣길 등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부조리에서 시작돼왔다. 그가 작성한 7건의 '청소년 기후동행카드' 추적 기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저희 학교 학생 절반은 학교 위치 때문에 버스를 타고 다녀요. 학원까지
바다이야기오리지널 오가면 하루에 세 번은 타게 되고, 교통비만 단순 계산해도 하루 약 2,700원이 듭니다. 한 달이면 (쓴 비용이) 기후동행카드보다 더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기후동행카드를 찾아봤는데, 청소년 혜택이 없다는 걸 알고 바로 '이건 문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문제의식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은평갑)을 찾아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가 문제를 제기했으며, 끈질긴 보도로 변화를 요구했다.
"5월에 박주민 의원과 인터뷰하며 기후동행카드 문제를 물었는데, 의원님도 '나도 몰랐는데 좋은 제안이다'라고 답했어요. 이후 기사로 계속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청소년 혜택이 생겼습니다. 시의원들도 시정 질의에서 언급했고, 저희가 처음 제기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 때도 그는 뉴스를 보며 분노를 느꼈다. 2024년 12월 3일 밤, 그는 공포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먼저 집중했고, 그 순간 떠오른 건 '호외'였다.
"12월 3일 밤에 뉴스 앱 알림으로 처음 소식을 접했고, 헬기 생중계를 보며 '아, 이건 호외를 한 번 내면 좋겠다' 싶었어요. 실제로 잡혀갈까 봐 망설이기도 했지만, 다음날 학교에 가 보니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분노하고 있더라고요. '나라가 왜 이렇게 됐지?' 하는 문제의식 때문에 만들게 된 것 같아요."
"순응하는 사람은 곤란해"...분노가 필요한 이유
그렇다면 문성호 편집장의 '분노' 지점은 어디일까.
"어떤 문제의식 같은 거죠. 청소년들 대상 정책이 있잖아요. 최근 학원 12시 조례안(서울시 의회에서 고등학생 학원 교습 시간을 현재 밤 10시에서 밤 12시까지 연장하는 조례안이 발의됨)은 청소년이 고려되지 않은 너무 명백한 사례고, 앞서 말한 기후동행카드도 청소년들이 버스를 많이 타는데도 혜택에 대한 고려가 많이 없죠."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토끼풀이기에, 부원 모집 조건에도 '분노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아무 불만 없이 사회에 너무 순응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저희는 불만이 있는 부분에 대해 기사를 쓰는 건데, 뭐든 좋다고 할 순 없잖아요. 우리 사회에 대해 불만이 너무 없으면 곤란합니다. 사실 지금 지원자가 많진 않아서 보통은 대화를 통해 '청소년 주체 의식'이 있으면 뽑는 편이에요."
▲ ?문성호 편집장이 작성한 <토끼풀> 신입 부원 모집 글
ⓒ 토끼풀
쫓겨나서 만든 독립언론... "종이신문은 생존 전략"
엄청난 분노 속에 '토끼풀'이 탄생했을 거 같지만, 어쩌보니 여기까지 온 지점도 있다고 했다.
"저희 토끼풀도 원래 (교내) 자율 동아리였는데, 쫓겨나서 독립 언론이 된 거예요. 자율 동아리는 학생들이 알아서 만들고 활동하라고 하는 건데, 이 범위에 신문은 들어가지 않는 거죠. 과학 실험 동아리 같은 것만 하라는 식이에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여 자란 세대를 말함)임에도 굳이 종이신문 발행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읽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종이신문이에요. 요즘 애들 인터넷 신문 잘 안 읽잖아요. 학교 안에서는 휴대폰을 걷으니까 딱히 할 게 없고, 자습 시간에 문제집 푸는 것보단 이게 더 재밌을 거 아닙니까?(웃음) 저희는 그 틈새시장을 공략한 거죠."
그렇다고 언론관마저 희미한 건 아니다. 그는 "기계적 중립은 지키지 않겠다"라고 강조한다.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에게 지면을 할애하려 SNS로 직접 연락했으나, 번번이 '읽씹' 당한 경험도 한 몫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중립 거부'는 특정 진영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가 아니다. 힘의 균형이 기울어진 곳, 특히 청소년의 시각에 더 주목하겠다는 의지에 가깝다.
"저는 청소년기에는 진보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가진 자들'에 대한 경계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애들은 그 사람들 편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아요. 최대한 진보적이려고 노력하고 있긴 해요."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의 분노를 잃지 않기를"
▲ ?문성호 편집장이 가져온 <토끼풀>의 종이신문
ⓒ 이주연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지하철 노점상의 호객에 넘어가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한 문 편집장은 이제 직접 신문을 만들며 세상에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지고 있다. 그는 토끼풀이 "청소년 정책을 수립할 때 꼭 참고해야 하는 언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묻자, 그는 "지금이랑 똑같은 분노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으로 사회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학교의 압박과 친구들의 부정적 시선까지. '토끼풀'의 앞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그럼에도 "포기하면 자존심 상해요. 학교에서 없애려고 한다고 저희가 폐간하면 현실에 굴복하게 되는 거잖아요"라는 이 중학생 편집장의 고집은,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건강한 분노'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