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순 기자]
지난 14일 싱가포르에 출장 업무가 있어서 이른 아침에 태국에서 싱가포르로 향했다. 비행기가 창이 국제공항 활주로를 향해 기체를 낮추는 순간, 창밖에 펼쳐진 풍경이 내 눈을 붙잡았다. 회색의 빌딩 숲이 아니라 진한 녹색이었다. 구름을 뚫고 내려오자마자 보이는 초록은 이 도시가 스스로 '정원 속의 도시'라 부르는 이유를 가장 먼저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입국 심사대로 걸어가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이 공항은 기능적인 공간이라는 것이다. 바닥을 닦는 청소 로봇, 정확하면서도 친절한 안내, 불필요한 동선 없이 이어지는 공항의 구조. 입국 절차도 모두 자동화
골드몽릴게임 되어 있어서 긴 줄을 예상했던 나로선 진행이 빨라지니 마음도 가벼워졌다. 여행자로서 불안감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빠르게 사라지는 곳이다.
익숙한 맛으로 시작한 싱가포르 여정
오징어릴게임
▲ 싱가포르 아트사이언스관 앞 수련?도시의 압도적인 스카이라인과 자연이 한 프레임 안에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는 풍경은, 싱가포르가 왜 ‘정원 속의 도시’라 불리는지를 보여준다.
모바일바다이야기 ⓒ 김형순
외국에서 오래 지낸 나에게 가장 먼저 반가움을 준 것은, 입국 절차를 마치고 수하물을 찾자마자 보인 한국 브랜드 카페였다. 낯선 공항 분위기 속에서도 익숙한 간판이 눈에 들어오자 마음이 조금 놓였다. 공항 밖으로 나기 전에 자연스럽게
바다이야기슬롯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열장에 놓인 빵도, 커피 향도 예전에 보던 그대로였다.
커피를 한 잔 주문해 자리에 앉으니 객창감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새로운 도시에서의 첫 순간은 대개 낯설기 마련이지만, 익숙한 맛이 작은 쉼표처럼 여행의 시작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공항 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택시를 부를 생각에 마
바다이야기룰 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로밍해 둔 데이터가 신호는 잡히는데 인터넷은 전혀 연결되지 않았다. 휴대폰을 껐다 켜고, 설정 메뉴를 들락거리며 여러 번 만져 봤지만 끝내 바뀌는 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안내 데스크로 가서 상황을 영어로 설명했다. 직원은 잠시 내 말을 듣더니 미소를 띠며 말했다.
"혹시 한국 분이세요?"
그러고는 저쪽을 가리키며
"그럼 저기 계신 한국 직원이 더 잘 도와드릴 거예요."
하고 말했다. 그 한국 직원은 내 휴대폰을 받아 이것저것 살펴보더니, 마치 익숙한 퍼즐을 맞추듯 몇 가지 설정을 조정해 주었다. 잠시 후 고집스럽게 안 터지던 데이터가 마침내 탁 하고 연결되었다.
그 청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돌아서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자랑스러운 감정이 밀려올라왔다. 타국의 북적이는 공항 한복판에서,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한 언어와 정서로 성실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한국 청년을 만났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든든했다.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부지런히 자리 잡아 살아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기특하게 여겨졌다. 그 청년을 통해 이곳에서 부드럽게 환영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 뜨겁지도, 무겁지도 않은 습한 공기가 팔과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왔다. 택시에 올라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창밖에는 초록의 리듬이 이어졌다. 여기서는 건물이 자연을 밀어내지 않았고, 울창한 나무도 건물을 삼키려 하지 않았다. 둘은 마치 오래된 이웃처럼 나란히 존재했다.
택시 기사 분 역시 과하게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과장된 미소 없이 특유의 담담한 태도로 여행자의 긴장을 자연스럽게 풀어 주었다.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나의 질문에 차분히 답하고, 간단한 질문을 건네며 이동 내내 안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갔다.
푸르고 단정한 풍경
▲ 싱가포르 오차드거리 가로수 유지 관리작업?싱가포르 도심에서는 도로변 가로수를 손질하고 비료를 주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도시의 초록을 '장식'이 아닌 관리해야 할 도시 자산으로 규정하는 싱가포르의 도시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 김형순
호텔에 도착해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비로소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공항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푸르고 더 단정했다. 싱가포르는 나에게 첫날부터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 도시에서는 조금 느려져도 괜찮습니다. 숨을 고르게 쉬어도 됩니다."
싱가포르의 첫 인상은 화려함도, 스펙터클도 아니었다. 정원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신선함이었다. 이 도시에서의 여행도 조용하고 단정한 걸음으로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업무를 마무리하고 이튿날, 관광지보다 평범한 일상과 골목을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쇼핑 중심지에서 외곽으로 가보았다. 작은 마을 앞에서 출근하기 전 아침 식사하는 직장인들과 섞여 싱가포르식 아침 식사를 하고 인근을 걸어 보았다.
나무와 건물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길가의 식재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도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기능하는 모습을 보니, 이 도시의 초록은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녹지의 비율을 엄격히 관리하고, 건물 설계 단계부터 식재와 공기 흐름을 고려하는 싱가포르의 도시 계획 철학이 실제 풍경에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걸어서 호텔 주변으로 오는 동안 도로변에서 보수 차량인 줄 알았던 차에서 작업자들이 가로수에 거름을 주고 있는 장면을 봤다. 나무 한 그루의 건강을 위해 도시가 이토록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이곳의 초록이 경관이 아니라 '신념'이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싱가포르의 도시 풍경은 여행자를 사색 하게 한다.
'우리는 왜 기능성과 자연, 효율과 여유가 함께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고 있는가?'
도시는 결국 그 사회가 선택한 삶의 방식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싱가포르의 초록은 '조경'보다는 삶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로 보인다. 이 도시를 걷다 보니 관광이 아니라 '살아본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익숙함 대신 균형을, 속도 대신 호흡을 제안하는 도시. 그 초록의 향연이 다시 이곳을 찾고 싶게 만든다. 기자 admin@slot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