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어려운 단어 ‘화학’. 그러나 우리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화학이 크고 작은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광렬 교수가 간단한 화학 상식으로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법, 안전·산업에 얽힌 화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부 제조 과정에는 여러 화학 원리가 담겨 있다. GettyImages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뜨끈한 국물 요리가 자주 생각나는 요즘이다. 전골 같은 국물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재료가
바다신2 다운로드 두부다. 그래서일까. 이맘때쯤이면 어렸을 때 살았던 집 바로 옆의 작은 두부 공장이 떠오른다. 두유에 간수를 붓고 조금 지나면 몽글몽글한 순두부 덩어리들이 생기는데,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
두유에 침전물 안 생기는 이유?우리가 아는 네모난 두부를 생산하려면 먼저 두유를 만들어야 한다. 불린 콩을
바다이야기게임방법 물과 함께 갈아서 끓인 뒤 면보나 필터에 짜낸 것이 두유다. 이렇게 만든 두유는 오랜 시간 둬도 침전이 일어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콩 단백질은 여러 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된 목걸이 같은 형태(펩타이드)다. 이때 아미노산은 물을 좋아하는 친수성 잔기(side group)와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잔기를 동시에 가진다. 친
야마토게임장 수성 잔기들은 좋아하는 물 쪽으로 계속해서 고개를 내민다. 물을 싫어하는, 즉 기름을 좋아하는 잔기들은 하나로 뭉친다. 그래서 두유는 내부에는 소수성 아미노산들이 모이고 외부에는 친수성 잔기들이 나와 있는 마이셀(micelle) 구조를 갖는다.
마이셀끼리는 표면 전하 때문에 서로 뭉치지 않는다. 두유 펩타이드의 친수성 잔기들은 중성 pH
야마토연타 조건에서 음전하를 띤다. 마이셀 표면에도 음전하들이 쫙 깔려 있다. 음전하끼리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기에 뭉칠 수 없는 것이다. 우유에 들어 있는 유청 단백질과 카세인 단백질도 물속에 들어가면 마이셀 구조를 갖는다. 그래서 우유도 오랜 시간 침전물이 가라앉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두유를 만들 때 콩을 갈아서 한 차례 끓이는 이유는 바로 렉
릴게임사이트 틴 단백질 때문이다. 렉틴은 사람 몸속의 적혈구를 서로 뭉치게 만들어 혈전을 유발하고, 내장 세포 표면에 들러붙어 다양한 미네랄 성분의 흡수를 방해한다. 한마디로 독이다. 따라서 끓이지 않은 생콩즙을 그대로 마시면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두유를 가열하면 단백질이 변성되면서 렉틴을 무력화할 수 있는데, 변성된 렉틴은 더는 독이 아니라 맛있는 단백질일 뿐이다.
이때 끓인 두유도 오랜 시간 침전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두유를 끓이면 여러 단백질과 지질 등 영양소의 이합집산이 일어난다. 단백질과 지질은 서로 엉기면서 아주 작은 고체 덩어리로 변하는데, 이 작은 고체 덩어리들은 뭉침 없이 물속에 잘 분산돼 있다. 콩 속에 포함된 피트산(phytic acid)이 그 원인이다. 식물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피트산은 중성 용액에서 음전하를 띠고, 이 피트산이 끓인 두유 속 작은 고체 덩어리 표면에 달라붙어 그 입자에도 음전하를 부여하기 때문에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다.
간수 부으면 피어오르는 순두부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두유에 분산돼 있는 단백질 덩어리들을 한데 뭉치게 할 수 있을까. 단백질들이 뭉쳐야 우리가 아는 두부를 만들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단백질을 뭉치는 방법은 강 하구에 삼각주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다. 강물을 한 컵 떠서 내버려뒀을 때 모래 같은 큰 알갱이는 금방 가라앉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컵 속의 물이 완전히 투명해지지는 않는다. 강물 속에는 표면에 음전하를 띠는 작은 점토 입자들이 분산돼 있기 때문에 서로를 영원히 밀어내며 뭉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강물 속 점토 입자들이 바닷물을 만나면 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바닷물 속 나트륨 양이온(Na+)이 매개체가 돼 음전하를 띠는 점토들을 가까이 모이게 하기 때문이다.
이제 왜 두부를 만들 때 두유에 간수를 넣는지 이해됐을 것이다. 바닷물에는 천일염이 되는 염화나트륨(NaCl)뿐 아니라 염화마그네슘, 염화칼슘, 황산마그네슘 같은 염분(salt)이 녹아 있다. 천일염이 담긴 소금 포대에서 흘러나오는 쓴맛 나는 액체가 바로 이것으로, 다른 이름으로는 간수라고 부른다. 간수에 들어 있는 마그네슘 이온과 칼슘 이온은 두유 속 음전하를 띠는 단백질들을 응고시킨다. 끓인 두유에 간수를 부으면 두유가 갑자기 투명해지면서 흰색의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순부두다. 이 덩어리를 면보에 얹은 뒤 꾹 눌러 물기를 짜내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먹는 두부다.
두부는 콩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 지질, 섬유질, 미네랄 등 영양소를 최대한으로 섭취할 수 있는 음식 재료다. 두부의 주재료인 콩을 익혀서 먹으면 전체 영양소의 약 65%밖에 섭취하지 못하지만 두부로 가공해서 먹으면 92~98%를 섭취할 수 있다. 여러 화학 원리를 적용해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콩 조리법을 찾아낸 결과로, 두부를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라 해도 지나치치 않을 것 같다.?
이광렬 교수는…?KAIST 화학과 학사, 일리노이 주립대 화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3년부터 고려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서로 '게으른 자를 위한?아찔한 화학책'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초등일타과학' 등이 있다.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