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9-1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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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사항없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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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의 ‘When Will you Marry’였다. 남태평양 타히티 원주민 여성들을 자신만의 화풍으로 구현해낸 그림이다. 고갱은 살아 있을 당시에는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은 화가였지만, 죽음으로써 비로소 불멸의 예술가로 자리매김했다.
작품이 오늘날까지도 회자하는 건 단순히 ‘가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타히티에 남긴 폴 고갱이라는 한 예술가 발자취가 남성 중심 성애로 비판받고 있기 때문이다. 10대 초반 원주민 소녀들을 임신시키고, 그들을 백인 남성의 시선으로 성적 대상화한 사람이 폴 고갱이었다. 그의 아파트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 그림은 우리를 새로운 영감으로 안내하지만, 캔버스 위에는 난잡한 성생활의 흔적과 뜨거운 체액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러스트 : 강유나
페루 리마에서 보낸 어린 시절
동산담보프랑스를 오히려 이방처럼 느꼈던 고갱
1848년 프랑스는 혁명의 복판이었다. 민주주의자와 왕정복고주의자 대립이 만든 파고였다. 그 속에서 폴 고갱이 태어났다. 아버지 클로비스는 급진적 성향 언론인이었고, 외가에도 사회주의 운동가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프랑스는 그해 대통령으로 샤를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선택했다. 나폴레옹의 적합훈련과정 조카였다. 그로부터 4년 뒤, 대통령은 자신이 ‘황제’임을 선언했다. 어린 시절 폴 고갱 집안이 외가가 있는 페루 리마로 향한 이유다.
어린 시절 마주하는 풍경은 평생의 밑그림이 되기 마련이다. 폴 고갱도 이 시기를 평생 잊지 못했다. 페루 원주민 하인과 노예가 딸린 저택 생활을 누리면서, 동시에 거친 삶을 살아가는 농부와 상인들에게서 선형시불변 눈을 돌리지 못했다. 햇볕에 그을리면서도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살아가는 현지인의 굳은 심지가 풍기는 매력 때문이었을까.
학교에 갈 무렵, 폴 고갱은 프랑스 파리로 돌아왔다. 야만의 시골에서, 문명의 최전선으로 이동이었다. 프랑스 아이들은 고갱을 ‘페루의 야만인’이라 불렀다. 문명인 프랑스는 고갱을 모질게 맞았고, 고갱은 너그러운 페루가 그 일산농협햇살론 리웠다. 이방이 고향이 되고, 고향이 이방이 된 아이러니. 고갱의 마음속엔 원시를 향한 애정이 싹텄다.
고흐에게 칼 맞고 프랑스를 떠나다
타히티 마을에서 13세 소녀와 동거
성인이 돼 고갱이 처음 얻은 일자리는 증권 중개인이었다. 셈에 밝고 경제 흐름을 읽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는지, 그는 대단한 수완을 보였다. 그가 중개한 주식이 잇따라 대박을 쳤다. 붓을 쥘 때도 그는 반짝이는 재능을 보였다. 주식 시장이 마감하면, 그는 집에서 그림을 그렸다. 어린 시절 머릿속에 강렬하게 심어진 풍경, 그리고 그때의 사람들이 주제였다.
1884년, 시대가 고갱을 압박했다. 주식 시장이 대폭락하며 모두가 유가증권을 휴지통으로 던져버리는 시절이었다. 주식과 미술. 고갱은 어차피 둘 다 돈이 되지 않는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기로 했다. 건사해야 할 아내와 다섯 아이도 개의치 않았다.
어린 시절, 자신을 풍만하게 안아주던 페루 리마와 같은 예스러운 곳이 그리웠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카리브해 마르티니크섬으로 향하는 배. 갑판 위에 서 있는 남자는 고갱이었다. 문명 이전의 삶을 간직한 곳에서, 고갱은 마침내 고향을 찾은 기분이었다.
5개월 동안 그는 이곳에서 그림 11점을 그렸다. 고갱은 ‘마르티니크’ 그림을 갤러리에 내놨다. 사내 두 명이 고갱의 그림 앞을 떠나지 않았다. 빈센트 반 고흐와 미술상인 동생 테오였다. 두 사람은 고갱의 예술 세계에 푹 빠졌다.
고흐와 고갱, 두 사람의 혼불은 짙고 깊어서 서로 섞이지 않았다. 철학이 부딪쳤고, 고성이 오갔다. 1888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던 평화로운 저녁 날. 빈센트가 고갱에게 면도칼을 휘둘렀다. 고갱은 기함하며 그 길로 아를을 떠났다. 홀로 남은 빈센트는 자기 귀를 잘랐다.
고갱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모든 것에 질려 있었다. 이듬해 고갱은 타히티행 배를 탔다. 타히티 마을에서 유럽인은 고갱 혼자였다. 고갱은 현지인처럼 굴었고, 마을 추장들은 이방인을 열렬히 받아들였다. 13세의 원주민 소녀 테후라를 고갱에게 접대시킬 정도였다.
고갱의 나이 43세. 이곳에 머무는 내내 테후라는 고갱의 시중을 들었다. 침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갱은 낮에는 타히티의 자연에 흠뻑 젖었고, 밤에는 테후라로부터 욕망을 채웠다. 유럽에서 무감했던 고갱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고 있었다. 성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두 세계의 감각기관이 연결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의 풍요함이 열매를 맺었다. ‘타히티의 여인들’ ‘해변에서’ ‘아베마리아’ ‘마나오 투파파우’가 탄생했다. 그는 작업한 그림들에 타히티어로 제목을 달기도 했다. ‘마나오 투파파우’는 “영혼을 생각하다”라는 의미의 타히티어. 타히티를 향한 고갱의 애정이 읽히는 대목이다.
원주민 소녀들과 성애를 묘사한 폴 고갱 작품.
파리로 돌아와선 14세 자바섬 소녀를
프랑스 감옥서 매독으로 사망했다는 설
1893년 여름, 고갱이 짐을 꾸렸다. 돈이 떨어져서다. 그림을 팔고 다시 돌아올 요량이었다. ‘어린 신부’ 테후라가 임신했으나 데려갈 생각은 없었다. 언제 타히티로 올 것인지 언질도 주지 않았다. 성적 만족과 예술적 영감이 돼줄 원주민 여인은 얼마든 있을 테니.
그는 타히티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가 진정으로 사랑한 건 타히티가 주는 쾌락뿐이었다. 파리에 돌아오자마자 인도네시아 자바섬 출신 14세 소녀를 동거인으로 들였다. 한때 친구였던 미술 평론가들은 그의 타히티 작품을 두고 “엉터리 환상”이라고 쏘아붙였다. 1895년 6월, 고갱은 다시 쾌락의 땅, 타히티로 향했다. 유럽에서 맛본 좌절을 뜨거운 태양 빛으로 소독하고 싶었다. 다시 도착할 당시 고갱은 47세의 아픈 중년이었다. 몸은 썩고 있었지만, 성적 욕구는 시들거나 상하지 않아서 또다시 14세 소녀 ‘파푸라’를 동거인으로 들였다.
식민지에 몰려오는 모든 프랑스적인 것을 고갱은 온몸으로 저항했다. 현지 주교를 추잡한 노인으로 묘사한 그림 ‘음란한 신부’를 그리기도 했다. 식민당국은 선동 혐의로 그를 감옥에 넣었다.
형 집행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숨을 거뒀다. ‘심장마비’라는 보고가 있었지만, 성병인 매독 때문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원주민 여성을 향한 지독한 성적 욕구가 그를 집어삼킨 셈. 성욕은 그의 몸을 썩게 만들면서도, 기어이 비료가 되어 예술로 꽃피운 것이었을지도.
[강영운 매일경제신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7호 (2025.09.17~09.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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