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10-2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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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강점된 조국을 되찾고자 독립군이 되고, 식민의 굴레에 억압된 민족의 해방을 위해 적의 심장 조선총독부 안에서 비밀결사를 조직해 투쟁한 청년 독립운동가들이 있다. 용인 출신으로 독립운동유공자로 서훈받지 못한 독립운동가를 찾아 소개하고자 한다.
◇잡화상이던 정기순, 독립을 위한 군자금과 병사 모집 활동에 나서다1920년 12월 29일 조선총독부 경기도 경부 보 가와사키는 순사 이토, 미나미, 김석현 3명을 인솔하고 서울과 용인을 오가며 수사를 벌였다. 비밀 지대여개좌
령을 받은 몇 명이 권총 세 자루를 휴대하고 북간도 방면에서 조선에 들어와 병사를 모집 중이라는 정보에 근거한 것이었다. 일제 경찰이 주목한 자들은 24세의 김영숙과 27세의 정기순(鄭基舜)이었다. 여기에서는 용인 출신인 정기순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일제 경찰의 수사 보고와 두 사람이 체포된 이후 경성지방법원 재판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토손오공게임
대로 재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정기순의 주소지는 용인군 외사면 근곡리 222번지이다. 이 주소는 그의 본적지이자 출생지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외사면 근곡리가 정기순의 고향이고 줄곧 살아온 삶터였다. 그는 고향에서 잡화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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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순 신문조서(1921.1.10. 종로경찰서). 사진=국사편찬위원회
종로경찰서 신문 내용에 따르면, 정기순은 고향에서 장사하다가 빚을 졌고, 빚 독촉을 피해 간도에 오게 됐는데 1920년 음력 4월 초 용정촌에 도착한 뒤 누군가로부터 독립운동을 함께 하자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탑금속 주식
하지만 이 진술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간도로 간 것은 이미 독립운동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즉 독립운동을 목적으로 간도에 간 것이 아님을 강조함으로써 형기를 낮추기 위한 위장 진술이 아니었을까.
정기순은 1920년 음력 6월 15일에 '의군단'에 가입했다. 그와 함께 검거된 김영숙의 진술에 따르면, 의야마토
군단의 총재가 간도와 연해주 등지에서 의병을 이끌었던 이범윤이고, 부총재가 최우익이라고 한 것으로 볼때 1919년 4월경에 조직돼 연길현 명월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대한의군부의 다른 이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기순과 김영숙은 의군단에 대해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기맥을 통해 조선독립을 도모할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로 이해했다. 정기순은 1920년 음력 6월 16일부터 7월 25일까지 의군단에서 참리부의 서기를 맡았다.
고향을 떠난 지 4개월, 의군단에 가입한 지 한 달여 만에 임무를 띠고 국내로 돌아오게 된 정기순. 이렇게 빠른 시간에 임무를 부여받고 국내로 파견됐다는 것은 일찍부터 그들과 교류가 있었던가 아니면 그의 독립운동 의지가 높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정기순은 음력 8월 2일에 서울로 돌아왔다. 정기순과 그 일행에게 부여된 임무는 국내에서 군자금과 병사를 모집해서 간도의 의군단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들은 국내로 출발할 때 의군단으로부터 실탄 6발을 장전한 권총 1정, 실탄 6발, (대한독립) 유고문 30매, 신법률 1부, 군자금 영수증 40매를 전달받았다. 유고문에는 "우리들은 독립운동에 열중하는 사람인데 조선 내의 각 부호도 모름지기 자금을 제출해서 조선독립을 원조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배를 타고 들어올 때 발각의 염려가 있다는 생각에 권총은 용정촌의 지인에게 맡기고 군자금 모집 증서와 유고문은 종이 노끈으로 만들어서 가지고 들어왔다. 정기순은 귀국 도중 병에 걸려 혼자서 뒤늦게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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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순에 대한 종로경찰서 유치명령서(1921.1.19.). 사진=국사편찬위원회
서울에 도착한 정기순과 일행은 김영숙의 집에 모여 활자를 구해, 가지고 온 문서 형태로 직접 제작 인쇄해서 군자금과 병사를 모집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추진할 비용이 없었다. 그들은 20~30원의 돈을 마련해 착수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일행과 헤어진 정기순은 고향 용인군 외사면으로 내려왔다. 그는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범한 듯이 생활했다. 그러면서 40세 정도의 마을 주민 정완용(鄭完鎔)과 백영기(白榮基)를 만났다. 처음부터 간도에 보낸다든지 또는 군자금 모집을 목적으로 병사를 모집한다는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다만 "독립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다른 조선인들에게도 이러한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하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시기를 엿보고 있었다.
추수가 한창이던 10월경 김영숙이 외사면에 내려왔다. 김영숙과 정기순은 군자금과 병사 모집 진행 상황을 얘기했다. 이와 관련해 종로경찰서 신문과정에서 정기순은, 농사일이 매우 바쁜 시기라 실행에 옮기지 못했으며 군자금 또한 모집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군자금을 모으고 조선독립을 원조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다시 귀국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던 모양이다. 당시 간도의 의군단으로부터도 추가 연락이 없었고, 정기순을 포함한 그 일행들 또한 편지를 전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진술들은 사실을 숨기기 위한 거짓일 수도 있다.
조선총독부 경찰들은 1921년 새해를 전후해 정기순을 검거하고자 백방으로 수사했다. 이때 정기순과 김영숙은 서울에서 무엇인가 도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기순은 이미 서울에 올라와 있었다. 경성부 황금정 3정목, 지금의 을지로 3가 지역을 몇 차례 반복적으로 배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1921년 1월 2일 종로경찰서에서는 "일정한 생업 없이 항상 사방을 배회하는 자"라고 해서 정기순에게 경찰범처벌규칙 제1조 제2호 위반을 적용해 '부랑죄'로 18일의 구류처분을 내렸다.
이보다 조금 일찍 1920년 12월 30일 오후 1시경 김영숙은 경성부 종로 2정목(현 종로 2가)을 배회하다가 정기순과 동일한 죄로 종로경찰서에 20일 구류에 처해졌다. 의군단 관련자들이 새해를 전후해서 서로 만나기로 한 것일까? 결국, 두 사람의 구류 처분 사실이 경기도 경부 보 가와사키 일행에게 확인되면서 의군부의 군자금 모집 및 병사 모집을 위한 정기순의 활동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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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순에 대한 서대문감옥 구류장(1921.2.2.). 사진=국사편찬위원회
1921년 2월 2일 경성지방법원 검사국에서 정기순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마지막 질문으로 검사가 물었다. "그대는 조선의 독립을 희망하고 있는가?" 이에 대해 정기순은 이렇게 대답했다. "희망하고 있지 않다. 지금 일본의 정치에 관해서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 원래 나는 일본의 정치에 불복하기 때문에 간도로 갔던 것은 아니다." 형량을 줄여보기 위한 것이었을까? 고문에 못 이겨 자포자기의 상태였을까? 조선의 독립에 대한 희망을 정말 잃어버린 것일까?
정기순은 1921년 3월 17일 경성지방법원에서 '대정8년 제령 제7호 제1조 위반'으로 2년 선고(30일 통산)를 받고 서대문 감옥에 영어의 몸이 됐다. 복역 중이던 그는 1922년 5월 24일 가출옥해 5월 26일 고향 용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정기순의 행적은 독립운동의 길에서도, 일제 협력의 길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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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12월 16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촬영된 김학헌의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 사진=국사편찬위원회
◇나라의 독립을 희망하며 동요를 쓰던 김학헌, 사회주의 청년이 되다김학헌은 1913년 1월 경기도 용인군 기흥면 신갈리 62번지에서 태어났다. 용인에서의 이력으로는 기흥공립보통학교를 다녔다는 것 이외의 행적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보통학교를 졸업한 이후 어느 땐가 서울로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매일신보 1930년 11월 9일의 '소년문단'의 '동요(童謠)'란에 '경성 김학헌'의 '군악'이란 동시에 "오늘 낮에 총독부서 군악 쳤어요. 뚜따뚜따 따라다단...."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면 이 시기에 이미 조선총독부에서 일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김학헌은 정열적으로 동시를 썼다. 10대 후반이던 1930년 10월부터 12월까지 2개월 동안 매일신보에 발표한 동시만 해도 10여 편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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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보 1930년 11월 9일자에 게재된 김학헌의 동시 '군악'. 사진=국립중앙도서관
김학헌의 동시에는 식민지 민족의 슬픔과 반일민족 의식이 표현돼 있었다.
김학헌은 조선을 침략하고 식민지배하는 일제 조선총독부 군악대의 모습이 싫었다. 조선총독부 군악대의 일원으로 나팔부는 조선인의 모습 역시 싫었다. 일제의 식민지배를 비판하고 그에 동조하는 일제 협력세력에 대한 비판의식을 동시 '군악'에 담은 듯하다. '삼천리 해군'에서는 갈매기를 해군에 빗대 군대가 없는 식민지 조선에서 스스로 나라 지키는 독립군이 돼 나라를 지키고 독립전쟁이 일어나면 조선 민중과 함께 나라를 되찾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엿보인다.
1931년 1월 이후 김학헌의 작품은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그의 신변에 변화가 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1930년 11월 이전의 어느 땐가 조선총독부 경무국 도서과의 급사로 취직했다. 김학헌은 조선총독부에 취직한 이후 사상서적에 심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1932년 5월경 조선총독부 경무국 도서과에서 고원으로 일하는 일본인 히비노가 동료들과 함께 마르크스-레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비밀결사 '토요연구회'를 조직했다. 그해 6월 조선총독부 도서과 급사로 있던 김학헌은 그를 만나 연구회에 가입했다. 이때는 이미 '상당한 의식분자'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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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보 1930년 11월 5일자에 게재된 김학헌의 '삼철리(삼천리)해군'. 사진=국립중앙도서관
김학헌의 소개로 법무국 행형과에서 근무하는 급사 임금복(林今福)도 함께 했다. 김학헌은 히비노와 별도의 '토요연구회'를 조직하고 상임 서기를 맡았다. 얼마 후 히비노가 조직한 비밀결사와 명칭이 같기에 '총독부독서회'로 변경하고 조직도 점차 확대해 나갔다. 그런데 일본인과 조선인이 함께 하는 조직이다 보니 언어상의 문제로 상호 의식을 철저히 하는 데 지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총독부 부서 내 지위의 현격한 차이도 있어서 활동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 김학헌이 책임자가 됐다.
1932년 8월 김학헌과 히비노는 토요연구회를 해소한 뒤 사회주의청년동맹을 결성했으며, 경성지구의 지도기관으로서 경성지구위원회결성준비회를 조직했다. 준비회에는 편집부, 정치부, 편집부 등 3개 부서를 설치했는데 김학헌은 편집부 부원의 임무를 맡았다. 기관지 노동청년(勞動靑年)을 발행하는 한편 각기 부서에서 혁명적 노동조합 운동 및 조선공산당 재건운동 관련 비밀 서류들을 빼내기도 했다.
김학헌은 비밀활동을 위해 권태선(權泰善)이란 가명을 사용했다. 1932년 9월 1일 그는 기관지 노동청년에 권태선이란 이름으로 '잊을 수 없는 9월 1일'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김학헌은 1923년 9월 1일의 일본 내 관동대지진 때 일본의 헌병과 군대, 경찰, 청년단, 수양단, 소방대 등이 총출동해 조선인에 대해 야만적 대학살을 자행한 것을 비판하고, "조선인 학살사건을 전국적으로 선전하자" "조선총독 무단적 정치 절대 반대" "전 세계 약소민족 해방 만세" "일선 프롤레타리아 제휴 만세" "조선공산당 강화 만세" 등의 슬로건을 내세웠다.?
1932년 8월 30일 동대문 밖 조선제사공장 여공 300여 명의 여성노동자 해고 반대 시위를 위한 격문이 발단이 돼 일제 경찰에 조직이 탄로남으로써 김학헌을 비롯한 조선총독부 내 비밀결사 관련자들이 모두 검거됐다. 김학헌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조사와 재판을 받는 동안 동대문경찰서와 서대문형무소에 갇혀 있었다. 그는 경성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1933년 2월 6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출소했다. 이후 김학헌의 행적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박철하 의왕지역문화연구소 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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