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려는 말은 l 낸시 풀다 지음, 정소연 옮김, 백초윤 그림, 사계절(2025) 낸시 풀다의 ‘내가 하려는 말은’에 수록된 단편 ‘움직임’은 ‘시간적 자폐’를 가진 한나의 이야기다. 한나는 뭇사람들과 다른 속도로 세상을 산다. 한나는 차갑고 매끄러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유리에서도 흐름을 느낀다. '분자 수준에서는 유리도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한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진실이다. 발아래로 회전하는 지구의 속도를 느끼는 한나는 시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궁금해한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절대다수인 현실 속에서 한나는 고쳐야만 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에 불과하다. 한나는 아 소속회사 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해가 저무는 아름다운 광경을 창문 안에서 바라보는 한나의 등 뒤에서 부모님과 신경 연구소 전문의가 한나의 미래를 조용히 상의하는 소설의 첫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한나는 그들의 말을 다 듣고 이해하지만, 그들은 한나를 철저히 오해한다. 한나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일방성에 “반응하지 않기로 했”을 학자금대출 심사기간 뿐인데, 그들은 한나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술이 한나를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정상’적인 삶은 가능한지, 예상되는 ‘부작용’은 무엇인지, 시술 후에도 한나의 ‘재능’은 남아 있을 수 있는지. 자폐와 치료, 비정상과 정상, 평범함과 위대함이라는 잣대로 한나의 삶을 재단하고 계산하는 테이블에 정작 당사자인 한나의 자리가 없다는 사실은 신용등급조회 장애를, 나아가 다름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폐는 치료되어야만 하고, 비정상은 정상이 되어야 한다. 그 와중에 위대할 수 있는 재능을 평범으로 대치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불가능한 욕심이다. 전문의도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한나의 부모에게 손가락질하기 쉽지만, 나와 내 가족을 같은 상황 속에 대입해보면 이야기 넘버엔월복리 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러니 핵심은 개인의 잘잘못이 아니라, 시대의 시선이다. 소설은 한나의 토슈즈를 통해 묻는다. “그들은 올이 다 드러나도록 해지고 바랜 새틴과 벌어져 튀어나온 토박스의 거친 나무밖에 보지 못한다. 낡은 가죽이 내 발 모양에 어떻게 잘 맞춰졌는지, 마치 몸의 일부분 같은 신을 신고 춤추는 기분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 해지고 바랜 낡 bc카드사 은 토슈즈. 우리는 바꿀 수 있다면 새 신발로 교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교체가 능사일까? 소설을 읽으면서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이 떠올랐다. 검게 죽은 발톱과 발가락 마디가 불거지다 못해 뒤틀린 강수진의 발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로 불린다. 그의 발은 노력과 열정의 상징이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투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발레리나는 무대에 설 때 새 토슈즈를 신지 않는다. 각자의 발에 맞춤하게 변형된 낡은 신발이 중력을 가르는 자신의 몸과 춤을 가장 잘 받쳐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나의 속도도 ‘자폐’가 아니라 그에게 가장 적합한 무엇이지 않을까. 다름에 장애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장애중심주의의 일환이다. 장애가 불가능이 아니라 경험이 된다면, 그리고 우리가 그 경험에 귀 기울인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까. 그때가 오면 우리 모두 토슈즈 없이도 중력을 가르며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송수연 청소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