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비자 심사 강화와 처리 지연으로 이른 아침부터 대사관 앞에 줄을 서는 시민들의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박상훈·정지연 기자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 대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한국인 근로자 317명 등에 대한 체포·구금은 대미 투자를 냉각시키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의 모순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기조하에서 한국인들의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 미국과 협의를 통해 한국의 전문
지엔코 주식 인력에 대한 별도의 비자 카테고리 신설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비자 제도와 향후 변화 가능성 등을 짚어봤다.
1. 미국 비자 종류는
미국 정부는 입국 목적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비자마다 유효 기간이 상이하고 입국 목적 및 미국 체류 중 할 수 있는 활
현대위아 주식 동도 정해져 있다. 일단 크게 이민 비자와 비(非)이민 비자로 나눌 수 있다. 각국의 미국대사관 또는 영사관에서 인터뷰를 거쳐야 하는 비이민 비자와 달리 이민 비자는 미국이민국(USCIS)이 승인한 청원서를 보유한 사람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가족이 초청하거나 약혼자비자(K-1비자), 취업 이민비자 등이 대표적인 이민 비자다. 자격 있는 친척이나 약혼자,
국영지앤엠 주식 잠재적 고용주가 청원서를 USCIS에 제출하면 자격이 인정된 신청자에 한해 비자 인터뷰 예약 시스템이 작동된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이민 비자 발급 건수는 61만2258건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5662명이었다.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에 위치한 현대차
갤럭시아컴즈 주식 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직원이 미 이민 당국 요원에 의해 쇠사슬로 결박당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 비이민 비자 종류는
미국 이민법에 따라 비이민 비자의 종류는 여행 목적과 신분 등에 따라 결정된다. 외교관 및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비자를
KODEX인버스 주식 제외하고도 비이민 비자는 대략 10여 개로 분류된다. 상용/관광비자인 B비자(비즈니스용 B1, 관광용 B2)가 있고 다양한 카테고리의 취업비자(H, L, O, P, Q비자)와 학생비자(F, M비자), 그리고 단기간 연구원 등으로 체류하는 교환방문비자(J비자)가 있다. 미국과 관련 조약이 체결된 국가에 한해 발급되는 E비자는 주재원(E1)과 투자자(E2)를 위한 비자다. 언론인(I비자)이나 종교인(R비자)을 대상으로 한 비자도 있다. 비이민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미국대사관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영사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지난해 총 비이민 비자 발급 건수는 1096만9936건에 달한다. 한국인은 지난해 7만4828명이 비이민 비자를 발급받았다.
3. 관광 시 비자 면제국은
일반적으로 관광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때는 B2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VWP) 대상국으로 비자를 발급받지 않고 90일 이하의 관광 또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미국 입국이 가능하다. 여행 전에 전자여행허가제(ESTA) 승인만 받으면 된다. 단 2011년 이후 북한이나 이란, 리비아 등을 여행 또는 체류했거나 2021년 이후 쿠바를 방문했던 VWP 국가 국민은 비자면제프로그램에서 제외된다. 현재 VWP 대상국은 한국을 포함해 모두 42개국이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들과 호주·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은 2008년 11월부터 VWP 대상국이 돼서 ESTA만으로 단기 미국 체류가 가능해졌다.
4. 조지아 공장에서 비자가 문제된 이유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한국인 근로자 중 일부가 미 공장 근무에 필요한 정식 비자를 받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이 미국 내 공장에 근무하기 위해서는 전문직 취업비자(H-1B)나 주재원·투자자비자(L1·E1·E2) 등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 비자는 발급 요건이 까다롭고 소요 시간도 긴 것으로 악명 높다. 이에 ESTA를 통해 미국에 입국해 70~80일 정도 일하고 귀국하는 관행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STA는 비영리 단기 출장, 관광, 환승 등을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때 유효한 반면 정식 취업이나 학업을 목적으로는 사용될 수 없어 해당 제도를 활용했던 한국인 직원들이 미 이민 당국의 단속 대상이 된 것이다.
조지아주 공장에서 체포됐던 한국인 직원들이 11일 포크스턴에 위치한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석방된 후 애틀랜타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5. 우리나라 취업 비자 발급 상황은
미국 공장 근무 등에 필수적인 비이민 비자를 정식으로 받는 한국 국적자들의 비율은 낮은 상황이다. 추첨을 통해 발급하는 전문직 비자 H-1B의 경우 지난해 총 21만9659명 중 한국인 발급자가 2289명으로 약 1.0%에 머물렀다. 일반 주재원비자인 L1, 상사 주재원비자인 E1의 경우 각각 총 발급자 7만1799명, 5639명 중 한국인 발급자가 2996명(4.2%), 126명(2.2%)이었다. 투자사 직원비자인 E2의 경우 총 발급자 5만5324명 중 한국인이 6778명(12.2%)이었다. 2025년 들어서 한국인 비자 발급 비율은 더 감소했다. 올해 1~5월 기준 한국인 H-1B비자 발급은 6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5% 줄었다. E2비자와 L1비자 역시 올해 1~5월 한국인 발급 건수가 각각 2039건, 11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6.0%, 16.5% 감소했다.
6. 왜 비자 발급률 낮나
한국인들의 미국 근무 관련 비자 발급률이 낮은 원인은 미국의 까다로운 발급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가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L1비자의 경우 한국 회사가 미국 법인을 보유하고 있을 때만 발급이 가능하고, E2비자의 경우 미국 내 고용 계약이나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대기업이 아닌 협력사 소속 직원들은 구조적으로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할 수 없어 합법적 파견 루트가 사실상 막힌 셈이다. 또 추첨을 통해 이뤄지는 H-1B비자의 경우 발급이 갈수록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실리콘밸리 빅테크에서 근무하는 인도, 중국 출신 정보기술(IT) 개발자들이 H-1B비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 투자국에 취업 전용 비자 없나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에 미국 근무와 관련한 비자 쿼터를 할당해주고 있다. 싱가포르(연 5400명)와 칠레(연 1400명)는 미국과 맺은 FTA를 근거로 H-1B비자 내 별도 쿼터를 확보하고 있다. 또 호주는 독자적인 E-3 전용 비자를 통해 연간 1만500명까지 안정적으로 미국에 진출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현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에 따라 TN 비자를 연간 쿼터 제한 없이 발급받을 수 있다.
8. 한국도 FTA 국가인데
한국은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당시부터 미국에 한국인 전문직 인력을 위한 별도 취업비자 쿼터를 요구해왔다. 이에 미 의회는 매년 1만5000명 규모의 전용 비자(E-4)를 발급하는 내용의 ‘한국 동반자법’(PWKA·Partner with Korea Act)을 추진했으며, 한국 정부도 2013년부터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이어왔다. 로비 활동에만 550만 달러(약 76억 원)를 투입했지만, 법안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12일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온 조지아주 공장의 한 한국인 직원이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마중 나온 가족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9. 트럼프 행정부 들어 비자 발급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비자 발급 절차는 한층 까다로워졌다. 불법 이민 차단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정부는 전문직 취업비자를 포함한 각종 비자 심사 전반을 강화했다. 대표적으로 비자 인터뷰 절차가 세분화되고 심사가 장기화되었으며, 신청자의 SNS 기록까지 확인하는 등 사생활 영역까지 심층 검증이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비자 소지자에게도 동일한 검증과 감시 기준을 적용했다. 이로 인해 합법적 비자 소지자도 예외가 아니었고, 입국 후 체류 과정에서 전원에 대한 상시 감시 체계가 강화되면서 미국 내 체류자들은 늘어난 행정 절차와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실제로 USCIS의 2025년 회계연도 2분기 비자·이민 신청 처리 완료 건수는 270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같은 기간 미처리(backlog) 건수는 160만 건 늘어나 총 1130만 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0. 비자 제도 개선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나는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그들을 환영한다. 우리는 그들의 직원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을 찾은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도 한국인 근로자 구금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이번 사태를 제도 개선 및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한 전기로 활용해 나가자고 밝혔다. 이에 향후 한·미 실무협상을 통해 H-1B 쿼터 도입이나 한국인 전용 E-4비자 제도 신설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민병기·박상훈·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