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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여행. 이한호 한국일보 여행 담당 기자가 일상에 영감을 주는 요즘 여행을 소개합니다.
경기 광주시 화담숲 모노레일이 울긋불긋한 단풍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가을을 맞아 전국 단풍이 절정이다. 평년보다 조금 늦었지만 강렬하고 아름답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 지역의 단풍 명소는 단연 광주시 '화담숲'이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티케팅(예매)’ 성공·실패담이 넘친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 1만 명으로 입장객
바다이야기무료머니 을 제한해 사전 예약이 필수다. 16일까지 이어지는 단풍 축제 기간 입장권은 이미 동이 난 지 오래지만 취소표를 노려볼 만하다.
유아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숲
하늘에서 내려다본 화담숲의 나무들이 서서히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바다이야기모바일 있다.
화담숲이 단풍 명소로 손꼽히는 데는 다양한 수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발갛게 물든 단풍나무, 샛노란 은행나무, 잎이 세 갈래로 나눠지는 중국 단풍나무 등 화담숲 내 단풍나무 종류만 400종이 넘는다. 마치 붉은색, 주황색, 황금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도화지를 연상시킨다. 숲 초입의 연못가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부터 산 정상까지 온통 가을로 물든 듯하다. 숲 이름은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호(和談·마음을 터놓고 정담을 나눈다)에서 따왔다.
백마산 발리봉(512m) 자락에 있는 숲에 16.5헥타르(㏊·약 5만 평)에 걸친 15개의 테마원에서 4,30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한다. 수도권 숲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하다. 덕분에 원앙, 반딧불이
야마토릴게임 등 토종 생물 보호지의 역할도 겸한다. 단풍을 보러 왔다가 방대한 자연의 보고라는 사실에 놀란다. 안내 책자에는 전체 숲을 도는 코스가 2시간 소요된다고 적혀 있지만, 제대로 관람하려면 하루도 부족하다.
모노레일 안에서 바라본 화담숲 단풍의 모습.
릴게임
한 부부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화담숲 분재원을 관람하고 있다.
단풍 관람이 편리하다는 점도 많은 이들이 찾는 이유다. 숲은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조성되어 있지만 전 구간 완만한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계단 한 칸 오르지 않고 숲 전체를 관람할 수 있어 대표적인 무장애 관광지다. 휠체어, 유모차 이용객도 무리없이 만추의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모노레일 단풍놀이도 가능하다. 울긋불긋한 숲 사이를 유유자적 운행하는 모노레일에서 만추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20분이 소요되는 순환코스를 운행하며 3곳의 정류장에서 승하차할 수 있다. 사용 희망 구간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인기가 높아 사전 예약이 권장된다. 전 구간 이용 기준으로 하루 2,500여 명을 나를 수 있다. 구간에 따라 보도와 거의 붙어 운행하기도 하지만 보도 관람객이 가지 못하는 곳도 지난다. 다양한 높낮이에서 단풍을 볼 수 있어 나만의 단풍 샷을 남기기에도 좋다.
고고한 소나무숲부터 이국적인 자작나무숲까지
화담숲 입구의 천년화담송(오른쪽)과 원앙연못.
화담숲 자작나무숲의 모습.
단풍만 즐기고 돌아서긴 아쉽다. 숲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150년 수령의 거대한 적송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숲의 수호목인 '천년화담송'이다. 숲과 오래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에 붙인 이름이다. 높이 뻗은 가지가 우산처럼 완만하게 떨어지며 하늘을 덮는다. 아랫부분 껍질은 육각 모양의 골이 깊고, 위로 갈수록 붉은 빛이 돈다. 인접한 자연생태관에는 한국에만 자생하는 어름치 등 20여 종의 민물고기 3,000여 마리가 산다.
숲속으로 들어가면 국내 최대 규모의 이끼원이 나타난다. 솔이끼, 비단이끼 등 30여 종의 이끼가 숲 바닥과 바위를 뒤덮어 마치 초록 융단을 펼쳐 놓은 듯 장관이다. 촉촉한 공기와 흙내음이 더해져 원시림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다. 맑은 공기가 한층 더 싱그러워지는 곳이다. 초록으로 뒤덮인 이끼원을 지나면 새하얀 자작나무숲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가을이면 금빛 단풍이, 여름엔 보랏빛 맥문동이, 봄이면 노란 수선화가 숲의 배경이 된다. 곳곳에 쌓인 돌탑이 숲의 오묘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화담숲 양치식물원에 빼곡한 나무가 드리운 그늘 아래 고사리가 자라고 있다.
화담숲 소나무정원에 각양각색의 소나무가 식재돼 있다.
자작나무숲을 지나면 화담숲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에 도달한다. 이 일대는 양치식물원이다. 이름이 다소 이질적이지만, 우리에게 나물로 친숙한 고사리가 양치식물이다. 식물의 생김새가 ‘양의 이빨’을 닮아 ‘양치’식물로 불린다. 최대 1m까지도 자라는 관중, 타조 깃털처럼 화려하게 자라는 청나래고사리, 관상 가치가 높은 고비 등이 곳곳에 식재돼 있다. 이끼원-자작나무숲-양치식물원으로 이어지는 이국적인 테마원의 대미를 장식한다. 숲에서 새가 가장 많이 방문하는 테마원이기도 하다. 위아래로 자란 고사리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딱새, 황조롱이, 곤줄박이가 곁을 지킬지도 모른다.
숲에는 1,300여 그루의 소나무가 모여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소나무 정원이 있다. 조선시대 수묵화에서 그대로 가져온 듯한 고고한 소나무는 숲의 큰 자랑이다. 자연스럽게 휘어진 비룡송부터 하늘로 곧게 뻗은 해송까지 각기 다른 멋을 뽐낸다. 모든 나무가 서로 다르게 굽는다 한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숲에 화담숲에서 가장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화담숲 암석정원 바위틈 사이로 나무가 자라고 있다.
화담숲 하경정원에 화사한 색을 뽐내는 꽃이 잔뜩 피어 있다.
소나무숲은 ‘작은 숲’ 분재원으로 이어진다. 550여 점의 분재가 전시된 분재원에서는 소나무, 단풍나무, 모과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분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과한 기교를 지양하고 자연 고유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것이 우리 분재의 멋이다. 분재 앞 명패에는 나무의 실제 나이와 분재로 가꾼 햇수가 적혀 있다. 자세히 둘러보면 120년 이상 수령의 귀한 분재도 찾을 수 있다.
전통 담장길에서는 담 너머의 먼 산 풍경까지 정원의 일부다. 담의 남쪽을 낮게 만들어 주위의 자연과 정원 내부의 식생이 조화를 이루도록 한 전통 양식을 따랐다. 다양한 소재와 문양으로 꾸며진 전통 담장과 더불어 ‘화계’도 볼 수 있다. 화단을 층으로 쌓아 올린 전통 정원의 중요한 요소다. 본래 ‘배산임수’ 지형에서 집 뒤 경사면의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탄생한 구조라 한다.
이어지는 색채원은 계절마다 화사한 꽃이 가득해 숲 최고의 포토스팟으로 사랑받는다. 마지막 테마원인 추억의 정원은 고향의 정취와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한 공간이다. 1970~1980년대 동네와 시장 풍경을 토우로 빚은 미니어처가 있다. 정원 끝자락에 선 나무 장승과 솟대가 이곳에 담긴 추억을 지켜준다고 한다.
사시사철 꽃... 12월부터 관람 불가
화담숲 화담채 별관에서 숲의 사계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가 송출되고 있다.
화담숲 화담채 본관 소원나무에 관람객이 적어놓은 소원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화담숲은 2013년 최초 개장 이후 조금씩 새 구역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실내 전시관 ‘화담채’가 생겼다.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1,750㎡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본채와 별채 두 동으로 지어졌다. 별채에 들어서면 숲의 사계를 표현한 미디어아트 작품이 벽면에 펼쳐진다. 사면의 벽과 바닥까지 숲의 단풍이 들고 지고, 계절에 따라 꽃이 핀다.
본관에서는 숲의 역사와 분재에 대해 배우고 관련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다. 손의 움직임에 따라 빛이 달라지거나, 시야에 따라 보이는 상이 달라지는 반응형 작품도 다수 마련돼 있다. 관람객이 직접 소원을 적어 거는 소원나무도 있다. 옥상에 조성된 아담한 핑크뮬리밭은 사진 필수 코스다.
숲이 가장 유명한 계절은 가을이지만 봄과 여름도 못지않게 아름답다. 봄이면 철쭉, 진달래, 매화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탐매원 일대에 매화 향기가 퍼지고 진달래와 철쭉이 분홍 물결을 이루며 봄을 알린다. 여름이면 색채원에서 이어지는 무궁화동산과 수국원이 꽃잎으로 흐드러진다. 수국원은 숲에서 가장 먼저 조성된 테마원이다. 수국원 옆에는 ‘반딧불이 서식처’가 조성돼 있다. 반딧불이가 좋아하는 물길을 뚫어 자생하도록 했다. 매년 6월 방문하면 요즘 보기 힘든 반딧불이도 눈에 담을 수 있다. 다만 겨울이 시작되는 12월부터는 방문객을 받지 않는다.
화담숲 추억의정원 일원 나무에 단풍이 들었다.
글·사진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기자 admin@slotmeg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