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급격히 임대인 우위로 기울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임대인들이 세입자의 신용과 범죄 이력 등을 사전에 검증하자는 내용을 담은 일명 ‘임차인 면접제 도입’까지 요구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이미지(출처=챗GPT)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악성 임차인 방지법을 위한 임차인 면접제
도 도입 제안에 관한 청원’이 등장했다. 해당 청원은 게시된 지 이틀 만에 100명의 사전동의를 얻어 본격적인 요건 심사 단계를 밟는 중이다. 요건 심사가 통과될 경우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공개되며 공개 이후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게 되면 상임위원회에서 본격적인 심사를 진행한다.
청원인은 “깜깜이 임차 계약 시
스템으로는 내 집에 전과자가 들어오는지 신용불량자가 들어오는지 알 길이 없다”며 “상호 간 분쟁방지 및 임대인 재산권 보호를 위해 서로 믿고 계약할 수 있는 임차인 면접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청원에는 1차 서류전형을 통해 대출연체 유무를 알 수 있는 신용정보조회서, 강력범죄 파악을 위한 범죄기록회보서와 소득금액증명
원, 세금완납증명서 그리고 거주 가족 일치 확인을 위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임대차 시장은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확대 및 주택 대출 규제 등 연이은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 품귀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 4000여건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연초 3만 1000여건 대비 약 22% 감소한 수치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악성 임차인 방지법을 위한 임차인 면접제도 도입 제안에 관한 청원’ 캡처화면 (사진=제보자)
해당 청원은 주거약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실제 법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시장의 불안을 반영한 단면이란 평가다. 임대인연합회 한 회원은 “월세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전세라고 해도 확실한 임차인을 선호한다”며 “3+3+3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비공식적으로 신용확인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임차인을 보호하면서도 임대인들의 불안도를 낮추기 위한 공공 보증이나 보험 확대 등의 제도적 장치가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 전역으로의 토지거래허가제 확대는 임대 물량을 줄이며 시장을 임대인 중심으로 재편시키고 있는데 실제로 임대인들은 세입자의 신용이나 납부 능력을 확인할 수 없는 깜깜이 계약제도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주거약자에 대한 차별과 사생활 침해 우려를 낳을 수 있어 제도화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임대인 우위 시장이 심화되면 저신용자·청년층 등 취약계층의 주거 접근성이 낮아져 주거불안이 확산 될 수 있기에 임차인 심사보다 공공보증 확대, 전세 보험 의무화 등 제도적 신뢰장치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지애 (pjaa@edaily.co.kr) 기자 admin@slot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