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노인 돌봄 로봇 '샤오시'가 복지 시설에서 노인들과 교감하는 모습. 이 로봇은 노인들에게 약을 전달하거나, 혈압·맥박 등을 측정할 수 있다./게티이미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나라다.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약 2억2000만명으로, 중국 전체 인구의 15.6%를 차지한다. 불과 20여 년 만에 ‘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20% 이상)’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보통 이런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는 경제의 위기로 연결된다. 하지만 중국은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앞
세워 위기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로봇 활용 규모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은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의 절반 이상(51%)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그 비율이 약 54%로 더 올라갔다. 또한 제조업 종업원 1만명당 로봇 수(로봇 밀도)는 470대로, 독일(429대)과
일본(419대)보다 높은 세계 3위 수준이다. ‘인구 대국’이지만 동시에 ‘로봇 대국’이기도 한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기술적 강점을 실버 산업과 결합하고 있다. 국무원은 실버 산업을 국가 전략으로 격상했고, 2035년까지 기술 중심의 전국 노인 돌봄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의료와 돌봄 서비스 인력 부족을 로봇과
AI로 보완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실제로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스마트 돌봄 로봇이 시범 도입돼 노인의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식사를 준비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학계의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은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은 논문에서 “AI는 인간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면서 사람들에게 ‘경청받고 있다’는 감각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보조를 넘어, 노인의 외로움이나 정서적 요구를 충족하는 도구로서 AI 로봇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이 ‘감정 노동’을 일정 부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가정과 지역사회 전반으로 로봇 도입을 늘
리고 표준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금융 지원도 맞물린다. 지난 8월 중국 인민은행은 노인 복지 관련 대출 정책을 내놓으며 요양 서비스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화했다. 실버 경제가 단순한 복지를 넘어 하나의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로봇이 노인을 돌보는 과정에서 윤리적·문화적 논쟁은 피할 수 없다. 가족 부양을 중시하는 전통과 기술 의존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도 과제다. 그러나 고령화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려는 중국의 속도와 방향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와 IT 인프라를 갖췄지만, 고령화를 ‘산업 기회’로 보는 전략적 접근은 여전히 부족하다. 중국의 사례는 보여준다. 늙어가는 사회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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