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2003년 데뷔 후 르브론 제임스는 줄곧 동부지구에서만 뛰어온 선수였다.

그런 르브론이 지난해 여름 큰 결단을 내렸다. LA 레이커스와 4년 계약을 맺으면서 생애 처음으로 서부지구 팀의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리스크가 적지 않은 선택이었다. 동부에 비해 강호들의 경쟁이 치열한 서부는 웬만한 슈퍼스타도 제패하기 쉽지 않은 무대다. 그런 서부로 르브론이 34살의 나이에 이적하기로 결정했을 때 우려가 뒤따른 것은 당연했다. 최악의 경우 르브론이 그동안 쌓아온 업적이 부정당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정규시즌 16경기를 남겨 두고 레이커스는 30승 36패를 기록하며 서부 11위에 머물고 있다. 플레이오프권과의 승차가 7경기까지 벌어져 있다. 잔여 경기 수를 고려했을 때 추격 가능성은 무척 낮다.

부상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10일(이하 한국시간)에는 브랜든 잉그램이 팔에 심부정맥혈전증 증상이 발견되어 남은 시즌을 뛰지 못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서 1월 중순 발목 부상을 당한 론조 볼은 시즌아웃이 확정됐다. 카일 쿠즈마도 발목 부상을 당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중이다. 남은 시즌을 끌고 갈 동력을 사실상 잃었다.

르브론을 향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타구니 부상이 모두 낫지 않은 탓인지 복귀 후 경기력이 좋지 못하다. 수비에서 게으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SNS에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덴버전에서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마이클 조던을 제치고 통산 득점 역대 4위로 올라섰지만(3만 2,311점) 팀 분위기가 워낙 좋지 못한 탓에 깔끔한 축하는 받지 못했다. 프런트와 함께 앤써니 데이비스 트레이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의심까지 받으며 올 시즌 팀 부진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극단적인 팬들 사이에는 클리블랜드, 마이애미 시절에 쌓은 업적까지 부정 당하는 중이다. 서부 이적 후 첫 시즌의 결과물이 너무 좋지 못한 탓이다. 이대로라면 NBA는 14년 만에 르브론 제임스가 없는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2005년 이후 처음이다.

현지에서 LA 레이커스 최고 소식통으로 꼽히는 ESPN의 라모나 셸번 기자는 지난 7일 '르브론의 레이커스에서의 첫 시즌은 악몽이 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업데이트했다. ESPN의 케빈 아노비츠 기자는 '레이커스가 전진하려면 좀 더 멀리 내다보며 올 시즌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브론 제임스는 남은 시즌 동안 출전 시간을 관리 받을 예정이다. 레이커스의 루크 월튼 감독은 현지 취재진에게 이 소식을 전하며 "르브론과 레이커스의 계약은 4년"이라며 향후 행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레이커스와 르브론의 미래에 대해 마냥 낙관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힘들다. 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레이커스가 앤써니 데이비스나 FA 대어를 영입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스타급 플레이어를 파트너로 두지 못한 르브론이 서부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되는지는 올 시즌을 통해 이미 증명되고 있다.

실망스러운 첫 시즌을 보내며 위기를 맞이한 LA 레이커스와 르브론 제임스. 과연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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